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경선 후보의 과반 득표(누적 기준)가 처음으로 무너졌다. 이에 따라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등 다른 후보들이 결선 투표를 통한 ‘역전의 희망’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민주당이 1일 전주 실내체육관에서 개최한 전북지역 경선에서 문 후보가 37.54%(1만6350표)를 획득해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지지율이 과반 유지 기준선(47%)을 크게 밑돌아 누적 기준 과반 득표가 최초로 깨졌다.


이어 정 후보 26.53%(1만1556표), 손 후보 23.40%(1만193표), 김 후보 12.52%(5454표)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투표율은 지금까지 지역 경선 가운데 가장 낮은 45.51%(총 선거인단 수 9만5707명)를 기록했다.


누적 기준으로는 △문 후보 45.67%(4만4293표) △손 후보 25.69%(2만4919표) △김 후보 14.50%(1만4060표) △정 후보 14.14%(1만3718표) 등이다.


이날 투표 결과에 손·김·정 등 비(非)문(문재인) 후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선거인단 수가 거의 10만명으로 이전 지역(제주 울산 강원 충북)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아 이곳에서 판세를 흔들지 못한다면 사실상 문 후보의 대세론을 꺾기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비록 1위를 내주긴 했어도 문 후보의 과반 득표 저지에 성공하면서 대세론이 다소 주춤해지고 결선 투표 가능성을 높였다.


문 후보 캠프 관계자는 이와 관련 “비록 과반 득표를 차지하지는 못했으나 전북에서도 1위를 했기 때문에 ‘대세론'에 별다른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다음날 인천에서 과반 득표를 바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비문 후보들은 이날 정견 발표에서도 문 후보와 당 지도부를 향해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웠다. 현장 투표에 참여한 이들 비문 후보의 지지자들 역시 문 후보는 물론 이해찬 대표, 임채정 당 선거관리위원장 등이 연단에 설 때마다 거친 야유를 퍼붓기도 했다.


특히 손 후보는 연설의 절반 이상을 친노 패권주의를 비판하는 데 할애하는 등 문 후보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그는“민주당이 공중분해될 위기에 처했다”면서 “작년말 야권 대통합으로 만들어진 그 기세는 어디로 가고 가설정당과 같은 해괴한 유언비어가 나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친노 패권주의가 당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면서 “‘낙동강 벨트 수호’라는 ‘신지역주의'를 내세우고 그나마도 지키지 못한 퇴행적이고 무능한 친노 패권세력이 ‘노무현 정신'을 욕되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도 “지역주의를 부추긴 사람, 인사와 정책에서 호남을 차별한 사람 이런 사람은 절대 호남의 아들이 될 수 없다”고 문 후보를 직접 겨냥했다.


정 후보는 “국민들 관심에서 멀어진 이번 경선을 명실상부한 메이저리그로 승격시켜야 한다”며 “정세균이 떠야 미래와 정책을 놓고 불꽃튀는 토론과 논쟁이 만들어지고 민주당의 변화와 혁신도 가능하다”고 했다.


한편 이날 경선의 사전행사로 KBS 개그콘서트의 ‘용감한 녀석들’을 패러디한 ‘용감한 의원들' 공연이 펼쳐져 눈길을 끌었다. 김광진(비례대표) 한정애(비례대표) 이상직(전북 김제) 의원이 특유의 리듬에 맞춰 민주당의 정권교체를 바라는 내용으로 개사된 ‘랩 송’을 불러 참석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2일 인천 인천고 체육관에서는 6번째 순회 경선이 열린다.



전주=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