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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라클 - SAP, 기업용 SW의 영원한 '맞수'…IT발전 '밀고 당긴' 반딧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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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리&스토리 - 세기의 라이벌 (50)

    오라클 창시자 래리 엘리슨, 자유분방한 '자수성가형'
    데이터베이스시스템 창시…썬마이크로시스템즈 인수

    SAP 창시자 하소 플래트너, 지기 싫어하는 승부사 기질
    ERP프로그램의 절대 강자…오라클 영역인 DB에 도전장

    오라클과 SAP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미국과 유럽을 대표하는 양대 산맥이다. 기업에 모이는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고 경영정보로 활용하는 데 필요한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들이다. ‘윈도’ 운영체제를 만든 마이크로소프트에 비해서는 일반인들에게 덜 알려졌지만 정보기술(IT) 발전에 기여한 역할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

    오라클 창업자이면서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엘리슨과 SAP 창업자이자 경영감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하소 플래트너는 1944년생 동갑내기다. 두 사람 모두 빈손으로 시작해 세계적인 IT 기업을 일궈냈다. 하지만 성격은 판이하게 다르다. 엘리슨은 자유분방하고 악담을 서슴지 않아 ‘실리콘밸리의 악동’으로 불린다.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 회장의 모델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반면 플래트너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승부사’ 기질을 타고났다.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창시자

    엘리슨은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기업가다. 지금은 자가용 비행기와 요트, 호화 저택을 갖고 있는 자유분방한 부자로 유명하지만 어린 시절은 어려웠다. 그는 1944년 미국 뉴욕에서 유태계 10대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났다. 생후 9개월 만에 폐렴에 걸리자 생모는 더이상 키울 자신이 없어 시카고에 있는 이모에게 맡겼다. 엘리슨이라는 성은 어머니의 이모부로부터 물려받았다.

    어렸을 적 엘리슨은 ‘머리가 좋지만 산만하다’는 얘기를 듣는 평범한 소년이었다. 일리노이주립대에 입학했으나 2학년 때 그만뒀다. 그 뒤 시카고대에 한 학기가량 더 다녔다.

    그는 대학을 떠난 뒤 캘리포니아에 있는 IT 회사 암펙스에서 일자리를 얻었다. 단순한 프로그래밍 업무로 지루한 나날을 보내던 엘리슨은 어느 날 우연히 IBM 연구소가 내놓은 예측 자료를 접하게 됐다. 거기에는 ‘앞으로 새로운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이 나타날 것’이라며 이 분야의 성장세가 가파를 것이라는 전망이 적혀 있었다.

    컴퓨터 소프트웨어 분야에 관심이 쏠려 있던 엘리슨은 곧바로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개발에 착수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는 에드 오츠, 밥 마이너와 함께 1977년 첫 회사를 차렸다. 이 회사가 수주한 프로젝트는 미국 중앙정보부(CIA)가 주문한 ‘데이터베이스 관리 소프트웨어 개발’이었다. 그 프로젝트명이 오라클이었다. 회사는 5년 뒤 오라클로 사명을 바꿨다.

    오라클이 개발한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은 다양한 컴퓨터에서 적용할 수 있는 획기적인 소프트웨어였다. 1979년 상업용으로 출시한 첫 오라클 제품은 라이트패터슨항공사에 판매됐다. 이후 이 제품의 인기가 치솟았다. 1982년 회사 매출은 전해의 두 배인 240만달러를 기록했다. 오라클은 1983년과 1984년에 다음 버전을 잇따라 내놓아 매출이 1270만달러(1984년)로 불었다.

    엘리슨은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창시자로 떠오르며 1986년 나스닥 상장과 동시에 IT업계 거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기업용 회계프로그램 탄생

    하소 플래트너는 독일 베를린에서 의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부모가 이혼한 뒤 15살 때 바바리아의 기숙학교로 보내졌다.

    플래트너는 어려서부터 승부욕이 남달리 강했다. 자신보다 몸집이 큰 친구와 시비가 붙어도 몸을 사리지 않았다. 학창 시절부터 ‘선택과 집중’에 능했다. 싫어하는 것은 극도로 기피했지만 좋아하는 것에는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예컨대 자신이 극도로 싫어했던 과목인 프랑스어 시간에는 교사에게 “점수는 주는 대로 받을 테니 다른 과목을 공부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부탁한 반면 좋아하는 과목인 미술은 열심히 공부할 뿐만 아니라 학점을 잘 받기 위해 교사를 찾아가 ‘학점 협상’을 할 정도였다.

    그는 독일 칼스루에대에 입학해 전기통신공학을 전공했다. 엔지니어였던 할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공부를 계속할 생각도 있었지만 교수와의 의견 충돌로 학업을 그만두고 IBM에 입사했다.

    하지만 IBM은 그에게 맞지 않았다. 연구원으로 일하기를 희망했지만 회사는 플래트너에게 영업 컨설턴트직을 맡겼다.

    그가 직장을 그만두고 회사를 설립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것은 그의 직장 동료가 낸 아이디어를 회사가 무시하는 것을 보면서였다. 플래트너와 회사를 같이 다녔던 클라우스 반로이터가 당시에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기업용 회계 프로그램’을 만들어 IBM 측에 신규 사업으로 하자고 제안했으나 회사는 “컴퓨터나 제대로 팔고 설치나 도와주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IBM의 다른 연구실에서 맡고 있으니 영업에만 주력하라는 얘기였다.

    플래트너는 동료인 반로이터가 개발한 프로그램을 들고 나가 회사를 차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다른 직장 동료인 디트마르 호프, 클라우스 치라, 한스 반 헥터가 가세해 5명이 SAP를 공동 설립했다. SAP는 1972년 기업용 회계 소프트웨어 제조업체로 첫발을 내딛었다.

    ◆위기 극복

    SAP는 전사적자원관리(ERP) 프로그램 등 기업용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로 성장했다. IT가 발달함에 따라 기업의 자료 처리도 획기적으로 발전했다. 자료를 효율적으로 보관하고 검색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 관리 기술은 물론 이를 바탕으로 생산 영업 인사 재고관리 등 경영에 필요한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ERP 소프트웨어는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SAP에 위기가 왔다. 1990년대 초반 기업용 컴퓨터 트렌드가 급격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중앙집중형 대형 컴퓨터인 메인프레임 수요가 줄어든 반면 클라이언트와 서버로 구성되는 값싼 유닉스 체제가 부상하던 시절이었다.

    1992년 SAP 본사에서 비상대책회의가 열렸다. SAP 공동 창업자인 호프가 “컴퓨터 업계의 지각변동을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의견을 구하자 플래트너는 “3개월 안에 ‘R/3’를 완성해 미국에 팔자”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R/3는 유닉스·리눅스·윈도 등 다양한 운영체제를 지원하는 ERP 솔루션이었다. 1972년 첫 제품인 ‘R/1’을 출시한 이후 지속적으로 제품을 발전시켜 나가던 SAP는 R/3로 ‘대박’을 터뜨렸다. 미국 시장에 진출한 SAP의 ERP 제품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고 SAP는 전 세계적 소프트웨어 기업 반열에 올랐다.

    오라클 역시 위기를 겪었다. 마케팅 전략 실패와 프로그램 오류로 판매 부진에 빠진 것. 1990년 출시한 오라클의 여섯 번째 버전은 ‘결함투성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고객이 등을 돌렸고 오라클 주가는 주당 30달러에서 5달러 남짓으로 폭락했다. 파산이 코앞이었다.

    엘리슨은 재빨리 결함을 수정해 새로운 버전을 내놓았다. 새 제품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오라클은 데이터베이스 시장의 최강자로 다시 우뚝 섰다.

    ◆상호 영역 침범

    오라클은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에서, SAP는 ERP 분야에서 확고한 영역을 구축했다. 두 회사는 지금도 이 분야에서 1위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서로의 영역을 넘보는 경쟁은 불가피했다. 오라클은 1990년 위기를 극복한 뒤 사업 다각화에 박차를 가했다. 2005년부터 올해에 이르기까지 90여개 기업을 인수·합병하며 몸집을 불렸다. 썬마이크로시스템즈와 같은 하드웨어 업체를 인수하는 한편 ERP 시장에 뛰어들었다. 오라클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함께 제공하는 ‘엔지니어드 시스템’으로 기업용 IT소프트웨어 전반을 담당하겠다는 전략을 추진했다.

    SAP도 오라클의 전통적인 영역인 데이터베이스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데이터베이스 업체인 ‘사이베이스’를 2010년 인수하고 디스크가 아닌 메인 메모리에 자료를 저장해 검색 속도를 높인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 제품 ‘HANA’를 2011년 내놓았다. SAP는 2015년까지 IBM과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데이터베이스 시장 2위를 점하겠다는 계획이다. 오라클의 엔지니어드 시스템에 대항하기 위해 하드웨어 업체들과 연합 전선을 형성,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엘리슨은 지금도 CEO로서 맹활약하고 있는 반면 플래트너는 일선에서 물러나 ‘경영 감독’ 업무를 하고 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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