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시내 템포드롬에서 열린 ‘삼성 모바일 언팩 2012’는 축제장 같았다. ‘갤럭시노트2’가 모습을 드러내자 전 세계에서 몰려든 1500여명의 취재진과 거래회사 직원들은 여러 차례 큰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세계 최초로 공개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갖춘 ‘갤럭시 카메라’가 스크린에 나타날 때도 마찬가지였다. 뮤지컬에서의 ‘커튼콜’과 같은 긴 박수와 찬사가 쏟아졌다. 바로 전 열린 경쟁사들의 프레스 콘퍼런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면이었다. 발표자의 멘트를 받아적고, 사진을 찍느라 바빠야 할 기자들이 두 손을 들어 박수를 치는 일은 드물다.

갤럭시노트2와 갤럭시카메라는 삼성이 ‘창조’한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이다. 결국 어디서도 보지 못한 혁신적인 제품이 환호와 탄성을 자아냈다. 프레젠테이션(PT)도 다른 곳과 달랐다.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함께 한 마술사가 객석 중간에 나타났다. 여러 카드 마술을 선보이고, 이를 불빛으로 바꾸더니 무대 위 스크린에 던졌다. 스크린이 여러 조각으로 불타오른 뒤 PT가 시작됐다. 그리고 ‘베를린 천사의 시’를 연출한 독일의 영화감독 빔 벤더스가 등장해 12명의 베를리너와 갤럭시노트로 만든 ‘베를린 재창조(recreate Berlin)’란 영상을 보여줬다. 이어 제품이 소개됐고, 마지막으로 다시 마술사들이 나타나 이날의 마법을 끝냈다.

이 행사를 주관한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지난주 지옥과 같은 한 주를 보냈다. 애플과의 특허소송 배심원 평결에서 완패한 탓이다. 최종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지만, 10억달러가 넘는 배상금보다 ‘카피캣(모방꾼)’이란 낙인이 신 사장과 삼성 임직원들을 힘들게 했다.

삼성은 이날 행사에서 여기에 대한 해답을 일부 내놓았다. 갤럭시노트2 등 여러 혁신적 제품이 그것이다. 스마트폰에 태블릿과 노트 기능을 더하고, 카메라와 스마트폰을 결합한 제품이 성공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확실한 건 삼성전자가 ‘창의’를 키워드로 열심히 뛰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사실이다.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쉼없이 소비자들을 위한 혁신적인 제품을 소개하겠습니다.” 신 사장이 행사 직후 기자들에게 남긴 말처럼, 삼성전자가 혁신을 선도하는 기업이 되길 기대한다.

김현석 베를린/산업부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