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칭다오 내 한국 주얼리업계의 터줏대감인 한신공예는 1996년 현지에 진출한 뒤 보석가공품 및 패션 주얼리 제품을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중국 현지 고용인원만 1300여명, 연간 매출은 300억원에 달한다. 생산 제품의 80% 이상을 미국과 유럽연합(EU)에 수출하며 지난 16년간 나름의 경쟁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지속적인 근로자 최저임금 인상정책으로 임금이 매년 15% 안팎씩 뛰며 경영난을 겪고 있다. 구본항 한신공예 회장은 “임금 상승으로 인한 인력 수급 악화로 노동력을 기초로 한 단순 임가공업은 이제 중국에서 가격경쟁력을 잃었다”고 말했다.

◆“중국 임금 너무 올랐다”

한신공예를 포함해 이번에 국내 U턴을 결정한 14개 기업은 중국 현지의 생산비용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들이다. 낮은 임금을 앞세워 ‘세계의 공장’으로 불렸던 중국이 최근 노동비용 상승과 이에 따른 인력수급 악화, 위안화 절상 등으로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것. 중국 정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산업고도화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면서 주얼리 업종 등 단순 임가공업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고 있는 것도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U턴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스턴 컨설팅그룹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근로자들의 임금은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연 평균 10%,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연 평균 19% 상승했다. 2015년까지 평균 임금 상승률은 18%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따라 현지의 한국 기업들은 하루가 다르게 가격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1990년대 중국에 대거 진출한 국내 주얼리 업체들은 초기에 근로자 1인당 월 130위안(약 2만3000원)의 임금을 지급했지만 현재는 2500위안(44만6000원)을 지급해야 한다. 국내 임금 대비 20분의 1 수준에서 3분의 1 수준까지 따라온 것이다.

◆FTA 효과도 작용

14개 주얼리 업체들이 국내 복귀를 결정한 또 다른 이유는 한·미 및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때문이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주얼리 업체들은 생산 제품의 대부분을 미국이나 유럽에 수출한다. 한·미 및 한·EU FTA 발효로 한국에서 미국이나 유럽으로 주얼리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들은 관세 철폐분(5.5%)만큼의 가격경쟁력을 갖게 된다. 현재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주얼리 제품에는 11.0%의 관세가 부과돼 중국에서 굳이 관세를 물어가며 수출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정부는 14개 업체의 국내 복귀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추가로 칭다오에 진출해 있는 400여개 주얼리 업체 중 36개와 협력 업체들이 추가로 국내에 돌아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익산시는 10만7000㎡ 규모의 주얼리 산업단지 규모를 2016년까지 100만㎡로 10배 가까이 늘릴 방침이다.

강성천 지식경제부 투자정책국장은 “향후 50여개사의 국내 복귀가 모두 완료되면 협력업체를 통한 간접 고용을 포함해 1만3000명 이상의 신규 고용창출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왜 익산인가…국내 보석산업 중심지 테마형 관광단지 조성

14개 주얼리 기업들이 국내 U턴의 보금자리로 전북 익산을 선택한 이유는 익산시가 지역 특화사업으로 보석 및 주얼리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어서다. 익산은 전통적으로 국내 보석산업의 중심지 역할을 담당해왔다. 정부가 1975년 이곳에 보석산업단지를 조성한 이후 관련 보석 가공 및 주얼리 제품 업체들이 모여들면서 1990년대 초에는 산업단지 근로자들이 3만여명에 달하기도 했다.

이번에 한국으로 돌아오는 업체들의 상당수도 익산에서 사업 기반을 닦은 뒤 1990년대 초 중국으로 진출했다. 익산시는 최근 150여억원을 투입해 9만여㎡의 귀금속 판매센터, 가공센터 등을 짓는 보석클러스터 1단계 사업을 마무리했다. 장기적으로 귀금속 및 주얼리 제조·판매와 체험 관광을 즐길 수 있는 테마 관광단지를 조성할 방침이다. 당초 인천이나 서울 주변으로 공장터를 알아보던 14개 기업은 전북도청과 익산시 차원의 적극적인 투자 유치 노력과 보조금 지급 등을 감안해 최종 투자지역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 U턴기업

해외 사업장을 완전 청산 또는 양도하거나 부분 축소·유지하고 국내로 돌아오는 기업을 일컫는다. 정부는 지난달 국내 투자 확대 차원에서 마련한 ‘U턴기업 지원법’을 통해 해외 진출 기업이 추가로 국내 사업장을 신·증설하는 경우도 U턴기업으로 간주하고 세제혜택 등을 주고 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