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전력거래소 상대 4조원대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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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 위반하며 전력 원가계산…구입비용 늘어 손해"
자회사 순이익 내는데 한전은 매년 수조원 적자
발전업계 "터질게 터졌다…정산조정계수 재검토"
자회사 순이익 내는데 한전은 매년 수조원 적자
발전업계 "터질게 터졌다…정산조정계수 재검토"
한국전력은 29일 전력시장 운영기관인 전력거래소와 전력발전 비용을 심의·의결하는 비용평가위원 9명을 상대로 4조40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기로 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전력거래소와 비용평가위원들이 전력 거래 가격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규정을 위반, 한전의 전력 구입비를 올림으로써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는 이유에서다. 공기업이 다른 공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적자 부담 가중되는 한전
한전 주장의 핵심은 거래소 및 비용평가위원들이 시장 논리에 역행하는 비정상적인 정산조정계수를 적용하는 바람에 한전의 100% 자회사인 발전자회사들은 매년 수천억원대의 순이익을 기록하는 반면 자사는 수조원대의 적자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발전시장은 매 시간 투입된 발전기 중에서 전력 생산 단가가 가장 비싼 발전기의 발전 단가를 시장 거래 가격으로 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특정시간 1㎾h당 원자력 발전 단가가 4원, 석탄이 49원, 천연가스가 149원이면 전력 구매 단가는 천연가스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이렇게 되면 단가가 싼 원자력과 석탄으로 발전하는 회사들은 엄청난 이익을 보지만 전력을 구매하는 한전은 그만큼 손실을 보게 된다. 이 때문에 전력시장운영규칙에는 정산조정계수를 적용, 일정 비율을 삭감해 가격을 최종 결정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하지만 한전은 전력거래소가 전력시장운영규칙과 비용평가 규정 등을 위반해 정산조정계수를 높게 적용했고, 한전이 발전사들에 지급하는 비용도 계속 비싸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전과 발전자회사 간 수익 균형을 위해 2008년 5월 정산조정계수가 처음 도입됐을 때는 한전과 발전사 간 투자보수율(투보율) 차이가 2%에 불과했지만, 이후 규정에도 없는 ‘미래투자비 기회비용’과 ‘발전자회사 당기순손실 방지’ 기준이 적용되면서 투보율 격차가 현재 5.94%까지 높아졌다는 게 한전의 설명이다.
한전 관계자는 “전력거래소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기준을 반영한 정산조정계수를 비용평가위원회에 상정하고, 위원회는 이를 의결함으로써 한전에 4조4000억원의 손해를 입혔다”고 강조했다.
◆한전, “적정 가격 이상 못 줘”
한전의 손해배상 청구는 전력 구입 비용 상승으로 2008년 이후 작년까지 4년간 8조원대의 누적적자를 겪고 있는 경영 상황과 무관치 않다. 한전은 향후 발전사에 적정 전력 거래대금을 초과하는 부분은 빼고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전과 발전자회사 간 적정 투보율 격차가 현재의 5.94%가 아닌 2.13%로 판단하고 이를 기준으로 결정한 금액만 발전사에 지급한다는 얘기다.
한전 관계자는 “올해 차입한도 8조9000억원 중 상반기에 이미 7조7000억원을 차입해 더 이상 차입 여력도 없다”며 “정산조정계수의 정상화 지연으로 올해에만 1조5000억원의 추가 손실이 예상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전력거래소는 이에 대해 “전력 거래대금을 자의적으로 감액 결제하는 것은 전력시장 질서를 해치는 심각한 위법행위”라며 “한전이 일방적인 기준으로 산정한 4조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은 엄청난 소송비용으로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이번 기회에 그동안 많은 논란이 야기됐던 정산조정계수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정산조정계수
원자력 석탄 등 발전 단가가 비교적 싼 발전사들이 큰 폭의 이윤을 챙길 수 없도록 전력거래소가 그 이익을 제한하는 일종의 할인 비율이다. 보정계수가 낮을수록 한국전력의 전기 구입 비용이 낮아지고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약해진다. 전력거래소가 6개월에 한 번씩 정하고 지식경제부 전기위원회가 승인한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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