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귤밭이 와이너리(포도주 제조장)로, 버려진 감이 한국식 메이플시럽으로….’

2012 농어촌산업박람회는 진화하는 한국 농업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기회다. 우리 땅의 숨겨진 자원들이 새로운 식재료로 재탄생, 식품 문화를 다채롭게 하고 있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감귤과 감, 보리 등 틈새 작물들이 스타 자원으로 떠올랐다.

감귤와인 ‘1950’은 100% 제주산 감귤을 숙성시킨 화이트 와인이다. 시장 개방으로 인해 제주 감귤농업이 위기를 맞자 노는 농장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농업회사법인 ‘(주)1950’은 2009년 감귤만으로는 시장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 과실주 개발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기로 했다. 지난해 농촌진흥청 감귤시험장이 갖고 있던 감귤술 제조 특허기술을 이전받아 품질도 더욱 향상시켰다.

‘(주)네이처팜’의 감시럽은 상품성이 낮은 감껍질이나 낙과를 시럽으로 만들어 부가가치를 높였다. 청도와 상주에서 곶감, 감말랭이 등을 만들고 난 뒤 남은 부산물은 감 가공량의 20%인 2000t에 이른다. 하지만 바쁜 농산물 수확시기에 이를 처리할 인력은 턱없이 부족했다.

이런 감 부산물을 추출, 정제해 쓴 성분을 없앤 것이 감시럽이다. 당 수치가 낮은 천연당(감미료)으로 칼슘 칼륨 철분 등 각종 미네랄이 많고 충치 발생률도 적다. 비슷한 천연당으로는 메이플시럽이 있지만 해외에서 수입해 가격이 비싸다. 감시럽은 효능과 맛이 비슷하면서 국내에서 생산돼 유통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보리로 만든 ‘황금보리소주’도 발상의 전환을 보여준다. 2008년 이후 보리 수매가격이 인하되면서 보리 재배 농가마다 소득 보전 대책이 필요했다. ‘모악산 새순영농조합법인’은 김제시 진봉 보리 작목반과 계약재배를 통해 보리를 공급받아 희석식이 아닌 증류식 소주를 제조하고 있다. 소화기관을 강화하고 콜레스테롤 생성을 막아주는 보리를 원재료로 하는 만큼 숙취가 적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