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계좌 10명이 1000억 신고…해외금융계좌 반포세무서 1위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한국인의 스위스 비밀계좌 윤곽이 드러났다. 올해 개인이 신고한 스위스 비밀계좌 금액은 1003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4배 가까이 증가했다.

국세청은 지난 6월 말 기준 10억원을 초과한 해외금융 신고계좌가 5949개에 금액으로는 18조6000억원에 달한다고 28일 발표했다.

이 중 개인은 302명으로 1059개 계좌에 2조1000억원을 신고했다. 첫 신고를 받은 작년보다 인원은 43.1%, 금액은 115% 급증했다. 법인은 350개가 4890개 계좌에 16조5000억원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신고의 특징은 개인 스위스 계좌 신고 금액이 작년 73억원에서 올해 1003억원으로 크게 늘어난 점이다. 신고자 수는 작년에는 5명 이하에서 올해 10명 정도로 늘었다. 수백억원을 보유한 개인 몇 명이 신고해 전체 규모가 커졌다.

국세청 관계자는 “1인당 평균 스위스 계좌 금액은 100억원 정도”라며 “신고자 중에는 사회적 지명도가 높은 사람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해외 금융계좌 신고액은 개인의 경우 20억원 이하가 47.7%로 가장 많았다. 50억원 이상도 22.8%나 됐다. 법인은 50억원 이상이 48.6%를 차지했다.

이를 국내 거주지역별로 분석한 결과 10억원이 넘는 해외계좌를 보유한 개인은 서울 강남·서초구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반포세무서 관할에서 3457억원의 신고가 들어와 금액 기준 1위를 차지했다. 서초구 방배동과 반포동, 잠원동을 맡은 반포세무서는 작년 신고액이 845억원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4배나 급증했다.

뒤를 이어 삼성(2374억원), 용산(2129억원), 역삼(2102억원), 송파(1881억원), 서초(1514억원), 종로(1040억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지방에서는 경기 성남의 분당세무서와 부산 해운대의 수영세무서가 각각 20건, 10건의 신고를 받아 5위,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개인 신고자는 대기업 총수와 개인 사업가, 스포츠 스타, 전문직 고소득 자영업자 등이 대부분이었으나 국세청은 납세자 비밀 보호를 이유로 명단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