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라벤은 과거 한반도에 큰 피해를 입혔던 ‘루사’와 ‘매미’에 버금갈 정도로 강력한 태풍이었다. 28일 전남 완도에선 순간 최대풍속 기준으로 초속 51.8m를 기록, 1908년 기상관측 이래 5번째로 가장 셌다.

볼라벤으로 20명이 넘는 사망·실종자가 발생했지만 각각 246명과 131명의 인명피해를 낸 루사와 매미에 비해 인명피해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무엇보다 앞선 태풍에 비해 이번에는 비가 내리지 않아 침수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볼라벤은 제주와 남부지방에 200㎜ 안팎의 비를 뿌린 것을 제외하면 전국 대부분 지방에 비를 거의 뿌리지 않았다. 서울 등 중부지방의 이날 강수량은 20~30㎜ 안팎에 그쳤다. 이현규 기상청 주무관은 “볼라벤이 남부지방에 이미 많은 비를 뿌리고 북상한데다 태풍 에너지가 대부분 호우보다는 강풍으로 쏠렸다”고 말했다.

볼라벤의 중심이 해안가에서 100여㎞ 떨어진 서해상으로 줄곧 이동한 점도 내륙지방의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루사와 매미는 남해안 지방에 상륙한 후 한반도 남동부 육지를 거쳐 동해상으로 빠져나가면서 내륙지방에 많은 인명·재산 피해를 입혔다. 다만 이번 태풍은 전남, 충남 등지의 양식장을 초토화시키는 등 해안가 지역에 강풍 피해가 집중됐다.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의 발빠른 대응도 피해를 줄이는 데 한몫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27일 관련 중앙부처와 기관의 비상근무 체계를 최고단계인 3단계로 격상시키는 등 비상태세에 돌입했다. 전국 대부분의 초·중·고등학교도 안전을 우려해 임시 휴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