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27일 한국의 신용등급을 Aa3로 한 단계 올리면서 부여한 ‘AA(더블A)’ 레벨은 이전에 받았던 등급과는 차원이 다른 의미를 갖는다. 외환위기 이전의 A1은 ‘싱글A’ 수준에서는 최고 등급이지만 대외 지급 불이행 가능성이 있다는 ‘딱지’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더블A는 대외 지급 불이행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다는 의미”라며 “쉽게 말하면 노는 물이 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펀더멘털 선진국 수준 도약

신용평가사의 투자적격 등급은 트리플B와 싱글A, 더블A, 트리플A(AAA) 등 크게 4단계로 나뉜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를 거치면서 주요 선진국의 신용등급은 줄줄이 강등됐다.

올해 A레벨 이상 국가 중 신용등급이 오른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지난해에도 이스라엘과 체코 두 나라만 신용등급이 올랐다. 더구나 싱글A에서 더블A로 올라선 것은 단순히 한 등급 올랐다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은성수 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이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했다고 평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특히 700억달러 규모의 한·일 통화스와프 축소 움직임 속에서 신용등급 상향 조정이 이뤄졌다는 점에 고무돼 있다. 무디스가 ‘더블A’로 신용등급을 올리면서 대외 지급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점을 확인시켜 줬다는 게 정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무디스는 그 근거로 한국이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재정 건전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9년에만 적자를 기록했을 뿐 2010년 신속하게 흑자로 전환한 후 계속해서 흑자를 유지하고 있으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도 안정적인 수준에서 억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경제가 외부 충격에 강한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는 등 한국이 지난 10년 동안 글로벌 성장 추이와 긴밀한 보조를 맞춰 왔다고 분석했다.

○유무형의 경제효과 기대

당초 정부는 무디스보다는 피치의 신용등급 상향 조정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피치가 무디스보다 6개월 앞선 지난해 11월 이미 등급 전망을 ‘긍정적’으로 조정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올 하반기 피치가 신용등급을 ‘AA-’로 한 단계 올리고 무디스가 이에 가세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무디스가 예상을 깨고 이날 전격적으로 신용등급을 올린 배경에는 북한 리스크 감소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무디스는 북한 김정은 체제가 출범 8개월이 지나면서 안정적으로 전환이 이뤄졌으며 한·미 동맹을 통해 지정학적 리스크가 잘 관리됐다고 평가했다.

무디스의 이 같은 분석은 피치는 물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등급 전망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전망이다. 두 회사 모두 상반기 한국 정부와 연례협의를 마치고 하반기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특히 S&P의 경우 북한 리스크를 보수적으로 판단, 다른 두 회사보다 한국의 신용등급을 낮게 매기는 점을 감안하면 무디스의 북한 평가가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이번 등급 조정이 은행과 공기업 등의 신용등급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쳐 해외 채권 발행과 외화 조달 비용을 낮추는 효과도 기대된다. 정부는 대외채무에 대한 이자비용을 연간 4억달러(약 4540억원)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신용등급이 한 단계 오를 때마다 가산금리가 평균 15bp(1bp=0.01%포인트) 떨어진다는 해외 투자은행(IB)의 분석을 한국의 외화표시 채무(6월 말 기준 2700억달러)에 적용한 결과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