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공무원들에 떠밀린 건보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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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 경제부 기자 junyk@hankyung.com
건강보험공단에 접수되는 보험료 관련 민원은 1년에 6000만건이 넘는다. 직장을 잃어 지역가입자로 바뀌었는데 보험료가 갑자기 올랐다고 호소하는 사람, 10년 된 자동차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이 너무하다는 사람 등 나름대로 억울하고 답답한 사연들이 많다.
그런데 최근 전·현직 고위 공무원들이 보건복지부에 제기한 ‘민원’은 아무리 봐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퇴직 후 받는 연금에 부과되는 건강보험료를 낼 수 없다는 게 요지였다. 복지부는 지난 6월 고액 연금을 받으면서도, 직장에 다니는 자녀의 피부양자로 등록돼 있어 보험료를 내지 않는 사람들에게 건보료를 걷겠다는 내용의 건강보험법 시행규칙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따라 월평균 334만원이 넘는 연금을 받는 사람들은 한 달에 19만2000원 정도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 국방부, 교육과학기술부 등 관계부처가 일제히 반대의견을 냈다. “현직에 있을 때 월급에서 꼬박꼬박 건보료를 뗐는데 연금에 또다시 건보료를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다” 등의 논리를 댔다. 부처들이 이렇게 나선 배경에는 퇴직 고위관료들의 입김이 작용했다. 복지부는 결국 시행시기를 연기했다. 당초 9월1일에서 내년 초로 미룬 것. 복지부는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고, 부과 기준을 손질하는 데 시일이 다소 걸릴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복지부의 이런 방침 변경은 명백한 후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건강보험이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부가가치세율이라도 올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판이다.
이런 상황에 전·현직 공무원들이 함께 나서 한푼도 더 낼 수 없다고 나온 것이다. 공무원들의 집단행동에 떠밀렸다는 비판도 나오는 이유다. 건보료를 낼 돈이 없어 보험혜택을 못 받는 수백만명의 국민들의 고통을 이들은 알고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시행시점을 내년 초로 미룬 것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복지부는 시행규칙이기 때문에 복지부 장관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시행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내년 초면 새 정권의 출범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다. 그때 가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이를 결정한 임채민 장관도 얼마 안 있으면 연 4000만원 넘는 퇴직 연금을 탈 사람이다.
김용준 경제부 기자 junyk@hankyung.com
그런데 최근 전·현직 고위 공무원들이 보건복지부에 제기한 ‘민원’은 아무리 봐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퇴직 후 받는 연금에 부과되는 건강보험료를 낼 수 없다는 게 요지였다. 복지부는 지난 6월 고액 연금을 받으면서도, 직장에 다니는 자녀의 피부양자로 등록돼 있어 보험료를 내지 않는 사람들에게 건보료를 걷겠다는 내용의 건강보험법 시행규칙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따라 월평균 334만원이 넘는 연금을 받는 사람들은 한 달에 19만2000원 정도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 국방부, 교육과학기술부 등 관계부처가 일제히 반대의견을 냈다. “현직에 있을 때 월급에서 꼬박꼬박 건보료를 뗐는데 연금에 또다시 건보료를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다” 등의 논리를 댔다. 부처들이 이렇게 나선 배경에는 퇴직 고위관료들의 입김이 작용했다. 복지부는 결국 시행시기를 연기했다. 당초 9월1일에서 내년 초로 미룬 것. 복지부는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고, 부과 기준을 손질하는 데 시일이 다소 걸릴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복지부의 이런 방침 변경은 명백한 후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건강보험이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부가가치세율이라도 올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판이다.
이런 상황에 전·현직 공무원들이 함께 나서 한푼도 더 낼 수 없다고 나온 것이다. 공무원들의 집단행동에 떠밀렸다는 비판도 나오는 이유다. 건보료를 낼 돈이 없어 보험혜택을 못 받는 수백만명의 국민들의 고통을 이들은 알고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시행시점을 내년 초로 미룬 것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복지부는 시행규칙이기 때문에 복지부 장관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시행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내년 초면 새 정권의 출범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다. 그때 가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이를 결정한 임채민 장관도 얼마 안 있으면 연 4000만원 넘는 퇴직 연금을 탈 사람이다.
김용준 경제부 기자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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