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조 요정' 손연재(18·사진)의 다음 행선지는 어디일까.

손연재는 올해 고3 수험생이다. 여느 수험생들과 다름 없이 대학 진학을 고민해야 한다. 10월 전국체전 출전 후 11월쯤 훈련 차 러시아 출국 예정인 손연재에게 두 달 남짓한 국내 체류기간은 대입을 치르는 시기와 정확히 겹친다.

27일 소속사인 IB스포츠에 따르면 손연재는 여러 대학으로부터 입학 관련 제의를 받은 뒤 부모와 상의하고 있다. 손연재가 지원할 가능성이 높은 예체능특기자 전형의 경우 대부분 대학이 9월 초 원서 접수를 시작으로 전형 절차를 진행한다.

런던올림픽에서 리듬체조 사상 첫 결선 진출에 성공하며 4년 뒤 메달에 도전할 손연재에게 어느 대학에 진학할지는 예상 외로 중요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손연재에게 알맞은 훈련 환경을 제공하고 전폭적 지원을 해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소속사는 손연재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김영진 IB스포츠 이사는 "본인 의사가 최우선인데, 손연재 본인은 염두에 두고 있는 대학이 있는 것 같다" 며 "해당 전형 일정에 맞춰 대학에 지원하도록 할 것" 이라고 밝혔다.

손연재와 여러모로 인연이 있는 대학은 세종대다. 현재 재학 중인 세종고와 같은 재단에 속해있는 데다 리듬체조 부문에 강점을 가진 학교다. 국내의 열악한 환경 가운데 리듬체조 교수진과 훈련 인프라를 갖춘 몇 안 되는 대학이기도 하다.

'원조 리듬체조 요정'으로 이름을 알린 신수지도 세종고-세종대 라인을 밟았다. 또 다른 기대주 김윤희 역시 세종대 체육학과 재학 중일 정도로 리듬체조의 산실로 꼽힌다. 이들은 손연재와 팀을 이뤄 출전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4위의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더구나 손연재는 세종대 부설 사회교육원에서 처음 리듬체조를 배운 데 이어 같은 재단의 세종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올림픽에서 KBS 리듬체조 해설을 맡은 변해심 교수의 소속도 세종대 글로벌지식교육원 체육학과다. 세종대는 이래저래 관련성이 많고 손연재에게도 친숙한 곳이다.

하지만 손연재가 진로를 세종대로 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김영진 이사는 "리듬체조를 할 수 있는 대학으로 한정하면 범위가 좁아진다" 며 "체육 관련 학과가 있는 대학이라면 무방하다" 고 설명했다. 세종대 체육학과도 손연재 본인과 소속사의 결정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세종대뿐 아니라 한국체대도 운동선수에게 좋은 여건을 제공하지만, 손연재의 핵심 훈련 프로그램은 리듬체조 선진국인 러시아에서 진행될 예정이라 '리듬체조 할 수 있는 대학'이란 조건은 큰 의미가 없다.

졸업 후 교수 우선채용 등의 특전을 보장받고 단국대에 입학한 '박태환 케이스'를 뒤따를 것 같지도 않다. IB스포츠는 "대학 졸업 후 진로는 손연재 자신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 라고 전제한 뒤 "교수직 보장 같은 조건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종합하면 손연재의 대학 진학은 학교 네임 밸류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적 관심이 쏠린 손연재가 입학하는 대학의 홍보 효과가 엄청나 자연히 대학들의 적극적 구애가 이어지고 있다.

명문 사학인 연세대와 고려대 등도 주목받고 있다. 올해 연세대 수시모집에서는 체육특기자가 진학할 만한 학과로는 체육교육과와 스포츠레저학과가 있다.

이에 대해 김영진 IB스포츠 이사는 "대학 진학 문제를 놓고 손연재가 부모와 함께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 며 "어느 대학에 진학할지 결정되면 적절한 시기에 발표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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