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엄지혁명  꿈꾸다가 '모바일 파국' 위기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순회경선이 ‘모바일 투표’ 방식을 둘러싼 논란으로 시작부터 파행을 빚고 있다.

지난 25일 제주경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압도적인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하자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후보 측은 모바일 투표가 문 후보에게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며 26일 예정됐던 울산 경선부터 전면 보이콧에 들어갔다. 24일 밤 개표 프로그램 오류가 발생한 데 이은 것으로 제1야당 대선 후보 선출에 대한 공신력에 상당한 상처를 입게 됐다. 또 경선 일정에 차질을 빚으면서 흥행에 비상이 걸렸다. 당 내에선 ‘박스떼기’ ‘대리접수’ 논란으로 흥행 참패를 했던 2007년 대선 경선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손·김·정 등 비문(비문재인) 후보 측이 가장 크게 문제삼는 것은 현행 모바일 투표 방식이다. 제주경선 결과 전체 선거인단 3만6329명의 최종 투표율은 55.3%(2만102명)에 그쳤다. 모바일 투표율은 58.6%로 지난 1월 전당대회 때(82.9%)는 물론 6월 전대(73.4%)에 비해서도 크게 낮은 수치다. 하지만 손·김 후보 측은 “대선 경선 모바일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관심이 떨어진 6월 전대보다 낮은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모바일 투표 방식 자체를 문제삼고 나왔다.

현 ARS 방식의 모바일 투표는 기호 1~4번 후보(1번 정세균, 2번 김두관, 3번 손학규, 4번 문재인)의 이름을 다 들은 뒤 투표를 해야 유효하다. 지지 후보를 찍은 뒤 중간에 전화를 끊으면 무효표(당헌상 기권표)로 처리된다. 비문 주자들은 “1~3번 후보 지지자들은 4번까지 듣지 않고 지지 후보 번호를 누른 후 전화를 끊을 가능성이 있는 반면 4번 문 후보 지지자는 그럴 가능성이 낮아 문 후보가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당 선관위는 기호순으로 호명한 뒤 지지 후보를 선택하는 이번 모바일 투표 방식은 6월 전대 때와 동일하고, 각 후보 기호 추첨 이전에 현행 모바일 투표 방식이 결정됐다는 점을 들어 비문 주자들의 특정 후보 유불리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김승남 당 선관위 간사는 울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중간에 지지 후보를 누르고 끊으면 투표를 안 한 것으로 분류돼 5회에 걸쳐 다시 전화가 가고, 이는 6월 전대와 같은 방식인데 이제 와서 특정 후보 유불리를 얘기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실제 이날 발표된 울산 경선인단 모바일 투표율은 68.6%로 제주보다 10%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울산은 모바일 투표방식 논란이 불거지기 앞서 제주와 동일한 방식으로 투표가 진행됐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