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소송’으로 불린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 소송 배심원 평결에서 삼성전자가 ‘완패’하자 삼성전자의 주가 전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예상 밖에 일방적으로 애플에 유리한 평결이 나왔다”며 “단기적으로는 삼성전자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다시 상승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배상금액 쇼크…추가 하락 불가피”

미국 북부캘리포니아연방지방법원 소송 배심원단은 지난 24일 삼성전자가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해 삼성에 10억5000만달러(약 1조2000억원) 이상의 손해배상을 인정했다. 반면 애플이 삼성에 배상할 금액은 없다고 밝혀 애플의 완승으로 끝났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삼성전자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최근 삼성전자가 소송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 탓에 약세를 보이긴 했지만 배상금액이 당초 예상했던 수준을 웃돌아 추가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김형식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시장에서 예상한 배상금액은 5000억~6000억원이었다”며 “1조2000억원 배상 평결은 ‘쇼크’를 줄 수 있는 결과”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기관과 외국인을 중심으로 실망 매물이 나오면서 추가 하락이 진행될 것”이라며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부품업체 주가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봤던 최악의 평결 결과 탓에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약세를 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 부사장은 그러나 “이미 애플과의 소송으로 2조~3조원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소송리스크가 주가에 절반 이상 반영돼 있다”고 판단했다. 삼성전자는 24일 127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평결을 앞두고 이달 들어 1.92%, 지난주에 0.62% 하락했다.

이번 평결로 소송 리스크의 불확실성이 제거된 점은 오히려 긍정적이며, 평결이 주가에 결정적 요인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박건영 브레인투자자문 대표는 “평결 결과가 불리하긴 하지만 어찌됐든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며 “근본적으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대표 주자가 아니었지만 지금은 애플과 겨룰 수 있는 유일한 플레이어로 성장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성엽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배상비용 발생으로 이익이 줄어들 경우 주가에는 부정적”이라면서도 “이번 소송이 삼성전자 주가 향방에 결정적인 사건은 아니다”고 말했다.

◆중장기 박스권 vs 내년 200만원 가능

중장기 전망에 대해선 큰 폭의 상승이나 하락 없이 일정한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이란 신중론과 200만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낙관론이 맞서고 있다.

기업의 내재가치를 중시하는 전문가들은 신중한 태도를 주로 보였다. 송 본부장은 “근본적으로는 삼성의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의 진화가 한계에 달해 범용제품화할 위험을 무시할 수 없다”며 “새로운 ‘킬러 상품’을 내놓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중기적으론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외국인이 삼성을 사들이고 시장 전체 밸류에이션 상승 가능성도 있어 큰 폭은 아니더라도 일정수준 오를 확률이 높다”고 언급했다.

이 부사장도 “삼성전자가 앞으로 시스템LSI나 파운드리 등 신규 사업 분야에서 인텔 TSMC 등과의 경쟁을 이겨나가는 것이 주가 도약의 근본 과제”라며 “다만 3분기 실적이 특별히 나쁘지만 않다면 주가는 어느 정도 조정받은 후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반면 최근 삼성전자 목표주가로 200만원을 제시해 주목받았던 강정원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진 쪽에서 항소를 하게 되고 최종 결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한참 걸리는 만큼 소송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며 “4분기 중 165만원에 도달하고 내년에 실적이 개선되면 충분히 200만원까지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뉴욕 나스닥시장의 애플 주가는 24일 0.59달러(0.09%) 오른 663.22달러에 마감했으나 배심원 평결이 나온 뒤 시간외 거래에서는 1.78% 오른 675달러까지 상승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김동욱/임근호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