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사고와 산업사회의 단면을 스펙터클하게 담아낸 작품, 만화 같은 팝아트, 유명인의 얼굴을 이중으로 그린 역발상 그림, 캐릭터를 활용한 작품, 사진보다 더 정교한 극사실주의 회화, 인간의 감수성과 대자연의 숨결을 포착한 영상아트 등….

탄탄한 화력을 자랑하는 ‘예술전사’ 70명의 독창적인 작품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전시회가 마련된다. 한국경제신문이 한국미술경영연구소와 공동으로 개최하는 사회공헌 기금 마련 현대미술축제 ‘K아트 스타-미(美)의 제전’. 오는 29일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막을 여는 이 전시회는 국내 인기 화가들의 작품과 미술사적 의미까지 입체적으로 조명할 수 있는 자리다. ‘한국 현대미술 축제’라는 타이틀을 달고 간간이 열렸던 여느 작품전과는 전혀 다르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스타 작가들이 많은 데다, 쉽고 재미있는 작품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일반 관람객들에게는 한국 현대미술을 탐색할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기회다.

○유명작가 작품 20~30% 할인

초가을 ‘아트 트레킹’를 겨냥한 이번 전시에는 한국 화단의 1세대 모더니스트 백영수 씨를 비롯해 이왈종 한만영 구자승 이두식 김태호 김동유 황주리 이이남 씨 등 현대미술 작가의 작품 200여점이 전시 판매된다. 작품 크기는 2호(25.8×17㎝)에서 30호(90.0×65.1㎝)까지 다양하다.

대부분 물감이 채 마르지 않은 최신 작품들이다. 지난해 출품을 요청받은 작가들이 전시에 맞춰 보내왔다. 미술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임을 감안해 판매 가격을 시중보다 최고 20~30% 싸게 책정했다. 300만원 이하 작품은 손비처리가 가능하다. 미술 컬렉션에 관심이 있는 기업들에 좋은 기회다.

인기 작가의 반열에 오른 이왈종 구자승 이두식 김태호 황주리 김동유 윤병락 박성민 변웅필 김현식 씨 외에 컨템퍼러리 작가들도 함께했다. 제주 생활의 모습을 화려한 색감으로 묘사한 이왈종, 강렬한 선과 색채로 원초적인 미감을 연출한 이두식(부산비엔날레 운영위원장), 스토리텔링 화풍으로 유명한 황주리, 달항아리와 매화 꽃을 응축한 송필용, 별빛처럼 숨을 쉬는 색면 추상화가 김태호, ‘행복한 가족’ 시리즈로 주목받는 김덕기, 여성의 뒤태를 극사실적으로 묘사한 김현식 씨 등의 작품이 나온다.

모용수 안윤모 성태진 배주 윤기원 씨가 그린 한국적 팝아트, ‘한만영표’ 바이올린 설치 회화, 탐스러운 사과를 극사실적으로 묘사한 유병락의 그림, 지식의 산물인 책을 즐겨 그리는 서유라와 유현미 씨의 작품, 콩으로 미스터빈의 얼굴을 모자이크한 이동재 씨의 그림도 눈길을 끈다.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차대영 씨와 부이사장 김춘옥 씨, 정산 스님(김현식)의 그림도 나온다.

○생소, 발랄, 참신함의 미학

다양한 주제와 아이디어의 이들 작품은 한국 현대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예견하게 한다. 색채 추상화 2점을 낸 이두식 위원장은 “그림에 ‘스토리텔링’을 가미하려고 심혈을 기울였다”며 “애호가들은 삶을 화면에 이야기하듯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작가의 작품을 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상회화의 대가 구자승 씨는 “설치·영상 미디어 작품이 대세인 요즘 미술계에서 관람객에게 회화를 보여줄 수 있는 드문 미술축제”라며 “어느 정도 규모가 돼야 제대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동안 하지 않았던 소품 작업을 해보니 별난 세계가 보였다”고 밝혔다.

대형 화면에 여러 겹의 색을 칠한 뒤 긁어내는 기법으로 색면 추상 작업을 하는 김태호 홍익대 교수는 “우리 삶과 멀게만 느껴졌던 현대미술을 좀 더 쉽고 재미있게 만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는 취지에서 참석했다”며 “관람객들도 많은 작가의 창작 열기에 힘을 보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고가의 미술품을 소장할 엄두를 못 내는 애호가들에게 100만~500만원으로도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고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기 위해 기획했다”며 “한국 현대미술의 시대정신을 표출하는 마당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판매 수익금 일부는 불우이웃돕기 등 사회공헌기금에 쓰인다. 전시는 내달 3일까지 이어진다. (02)360-4509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