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세(稅)'로 인해 모바일 기기 가격이 상승할 우려가 발생했다.

25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미국 현지 배심원단의 평결이 나옴에 따라 모바일 기기 제조업체들은 애플에 특허사용료를 물어야 할 위기에 처했다.

지난 24일 미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연방북부지방법원 배심원단 9명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디자인 특허와 상용특허 6건를 침해했다"며 "10억4934만 달러(약 1조1910억 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반면 삼성전자가 주장한 특허 침해 5건은 모두 기각됐다. 배심원단은 "애플이 삼성전자에 지급해야 할 배상금은 없다"고 평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평결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가 더 비싸질 수 있다며 소비자들이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제조업체들이 애플에 라이선스(허가료)를 지불해야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IDC의 알 힐와 애널리스트는 "비싼 애플세가 생겼다"며 "앞으로 스마트폰은 더 비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평결에서 특허침해가 인정된 애플의 기술은 화면의 아이콘 배열을 비롯해 바운스 백, 멀티터치 줌 등 경쟁 제조업체들에 의해 널리 차용된 것이다. 바운스 백은 화면을 손가락으로 넘기다가 가장자리에 놓으면 튕겨져 다시 원위치로 돌아오게 하는 기술이다. 멀티터치 줌은 두 손가락으로 화면을 확대하거나 축소하는 기능이다.

스마트폰의 둥근 모서리를 가진 사각형 형태의 디자인도 특허 침해 대상에 포함됐다. 둥근 모서리 형태는 삼성전자를 비롯 대부분의 제조업체가 채용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배심원단 평결 직후 "제품의 가격 상승을 유발시켜 소비자와 시장에 불이익을 끼칠 것이다"며 "글로벌 IT업계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반드시 기기 인상분을 지불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애플세에 따른 추가 비용은 부분적으로 제조업체나 무선통신사업자들이 부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이 관련 특허를 라이선스 계약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할 경우 제조업체들이 우회적 방법을 써야 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레컨 애널리틱스의 로저 엔트너 분석가는 "제조업체들이 디자인을 새로 개발해 애플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 해결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평결이 삼성전자와 다른 제조업체들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소비자들의 혜택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애플은 자사에 새로운 경쟁력을 얻음으로써 모바일 기기산업에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경닷컴 김소정 기자 sojung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