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이 집단대출금을 갚지 않으려고 은행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모두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8부는 경기 김포 한강신도시 우미린 아파트를 분양받은 입주 예정자들이 우미건설을 상대로 낸 분양대금 반환 청구 소송과 우리은행·지역농협 등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을 최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양측 간 업무협약은 분양계약이 소멸하면 시행사가 금융회사에 중도금 대출금을 직접 상환함으로써 원고들의 상환 의무도 소멸하는 것으로 보기에 부족하다”며 “분양계약이 취소됐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경기 남양주 별내신도시의 A아파트를 분양받은 입주 예정자 일부도 은행을 상대로 작년 8월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4월 패소했다. 경기 용인의 B아파트 입주 예정자들도 지난해 11월 채무부존재 소송에서 졌다.

금융감독원 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집단대출 사업장 중 김포 우미린 아파트처럼 중도금 대출 관련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사업장은 모두 56곳이다. 수도권 신도시에 주로 몰려 있다. 분양가보다 집값이 10~30% 떨어지고, 단지 주변 개발도 늦어지는 경우가 많아서다. 분쟁 사업장에서 단체 연체가 일어난 탓에 은행 집단대출 연체율은 지난 5월 말 1.71%로 작년 말 1.1%보다 크게 올랐다.

일부 변호사가 이길 가능성이 일부 있는 손해배상 청구소송 대신 아예 중도금 대출을 갚지 않겠다는 취지의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하도록 입주 예정자들을 유도해 ‘기획 소송’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하면 재판 진행 중에는 돈을 납부하지 않아 연체가 발생하더라도 신용불량이 되거나 통장 가압류 등의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 점을 노린 것인데, 사실상 이길 가능성이 없는 소송”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입주 예정자들은 재판이 끝나자마자 ‘이자 폭탄’을 맞는다. 중도금과 잔금 미납으로 인해 고율의 연체이자가 지속적으로 붙기 때문이다. 우미린 아파트의 경우 1월부터 연 17% 중도금 납부 연체이자, 3월부터 연 14% 잔금 연체이자가 쌓인 상태다. 은행을 통해 건설사를 압박해 분양가 1000만~2000만원을 할인받는다 해도 연체이자 규모가 더 커 실익이 없다.

금감원은 이런 사정을 고려해 대출이자를 3개월 이상 연체하면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소송 당사자들에게 은행이 상세하게 알리도록 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