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 논란 극복하려면 재원 확보책 내놔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사진)가 23일 '반값 등록금' 실현을 강조한 데 대해 재원 확보책 등 구체적 실행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 후보는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전국대학총학생회모임과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이 공동 주최한 반값 등록금 관련 토론회에 참석해 "대학 등록금 부담을 반드시 반으로 낮추겠다는 것을 확실하게 약속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반값 등록금 실현에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느냐는 대학생들의 질문에 "당론이라 할 수 있다"고 말한 박 후보는 이어 "재원 마련 방안도 있다"고 했으나 구체적 안은 밝히지 않았다.

이 문제의 당사자인 대학과 학생들은 재원 확보책 없는 반값 등록금 안은 '뜬 구름 잡는 얘기'란 반응이다.

김영세 연세대 기획실장은 "구체적 실천 방안이 없다면 선언적 의미, 정치적 수사나 다름없다" 며 "박 후보의 발언은 학생들이 돈이 없어 대학을 못 다니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일 뿐, 정확하게 반값 등록금을 하겠다는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포퓰리즘 논란도 경계했다. 김 실장은 "학생들이 생각하는 반값 등록금은 일괄적으로 등록금을 내리는 것인데 포퓰리즘 성격이 짙다" 며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같은 저소득층부터 등록금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앞세워야 불필요한 논란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요 대학 기획처장 역시 "정부 지원이 전제된 반값 등록금이 아니라면 대학으로선 절대 실현할 수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수년간 대학들이 계속 등록금을 인하 또는 동결해 '등록금 거품' 이 거의 다 빠진 상태" 라며 "재원 마련 없이 대학에게 살림살이를 줄이라고 요구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부 지원 없는 반값 등록금은 대학교육의 질을 반으로 낮추라는 것" 이라고도 했다.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 투자가 OECD 최하위권이란 사실도 되풀이 강조됐다. '고등교육재정 교부금법' 제정 등의 대학 재정에 대한 공공 투자가 선행돼야 반값 등록금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반상진 전북대 교육학과 교수는 "반값 등록금의 핵심은 재원 확보고, 재원을 마련하는 근본적 방법은 교부금법 제정" 이라며 "국가 재원이 고등교육에 너무 적게 투자되는 구조적 문제점을 개선하려면 공적 자원을 투입하는 길을 열어놓는 방법 밖에 없다"고 힘줘 말했다.

반 교수는 또 "박 후보가 '무조건 반값'이 아닌 여러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고 했는데, 이런 내용은 현 정부의 '국가 장학금' 과 큰 차이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MB 정부가 국가 장학금 1조7500억 원을 투입했지만 체감 효과는 거의 없다" 며 "교부금법 시행 같은 근본 대책이 있어야 표현 그대로의 '반값 등록금'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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