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선서 '박원순 모델' 가능할까 … 갈 길은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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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입당? 정체성 흔들리고… 진보당 지원? 제 코가 석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사진)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당선 후 입당' 모델을 뒤따를 수 있을까.
23일 각계 분석에 따르면 '박원순 모델'은 야권 단일화와 직결되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많다. 대선 출마를 고심 중인 안 원장을 둘러싼 주변 환경이 서울시장 선거 당시와 달리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이날 범야권 원로들로 구성된 '희망2013 승리2012 원탁회의'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안 원장이 '안철수 현상'의 역동성을 최대한 살려 민주세력의 공동 승리에 공헌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원탁회의에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함세웅 신부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여전히 무대에 등장하지 않는 안 원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이미 본격 대선 행보에 나선 상황. 이런 가운데 야권 단일화를 실현해 힘을 받으려면 안 원장의 출마 선언 시점이 더 이상 늦춰져선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현 시점에서 안 원장의 대선 시나리오 최고 롤 모델은 박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당선 후 입당을 약속해 '시민후보' 이미지를 유지하며 민주통합당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안 원장과 박 시장은 기존 제도권 정당에 속하지 않은 인물이란 공통점이 있다. 시민후보의 이미지가 강해 야권 단일화를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안 원장이 박 시장의 모델을 좇아 대통령에 당선될지는 미지수다. 제반 상황이 달라진 탓이다.
우선 서울시장 선거 당시에는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안 원장이 출마를 포기하며 박 시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여기에 박 시장은 박영선 민주당 후보와의 경선을 치러 최종 선출돼 야당 지원을 확보했다. 또 선거 과정에서 유시민·심상정·노회찬 등 현재 통합진보당 인사들의 도움까지 받았다. 결국 박 시장은 당선 후 민주당에 입당해 시정에 필요한 우군을 만들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민주당 유력 후보인 문재인 후보는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안 원장의 '킹 메이커' 역할을 강조했다. 박 시장 때처럼 안 원장이 야권 승리의 '핵심 조연'을 해주길 바란다는 뉘앙스다.
서울시장과 대통령은 무게감 차이가 크다. 제1야당인 민주당이 대통령 후보를 내지 못한다면 정당으로서는 치명적 약점이다. 안 원장이 야권 단일 후보가 될 경우 민주당 내부에서 '시민후보' 와 '민주당 후보'의 정체성을 놓고 갈등을 빚을 수 있는 대목이다. 안 원장에 대한 입당 요구가 커지는 것은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박 시장의 당선에 큰 역할을 했던 진보당 인사들도 지금은 여력이 없다. 신·구 당권파로 나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당 정비가 급선무다. 따라서 진보당이 야권 단일화에 큰 역할을 맡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이에 대해 정해구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현실적으로 정당의 지원을 받아야 하지만 동시에 정당과 거리를 둬야 하는 게 안 원장의 모순적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시장이 그랬듯 안 원장도 대통령 당선 이후 민주당에 가입해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그렇게 된다 해도 당정 관계가 긴밀하지 않을 것 같다"며 안 원장의 입당 가능성을 낮게 봤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사진)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당선 후 입당' 모델을 뒤따를 수 있을까.
23일 각계 분석에 따르면 '박원순 모델'은 야권 단일화와 직결되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많다. 대선 출마를 고심 중인 안 원장을 둘러싼 주변 환경이 서울시장 선거 당시와 달리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이날 범야권 원로들로 구성된 '희망2013 승리2012 원탁회의'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안 원장이 '안철수 현상'의 역동성을 최대한 살려 민주세력의 공동 승리에 공헌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원탁회의에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함세웅 신부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여전히 무대에 등장하지 않는 안 원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이미 본격 대선 행보에 나선 상황. 이런 가운데 야권 단일화를 실현해 힘을 받으려면 안 원장의 출마 선언 시점이 더 이상 늦춰져선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현 시점에서 안 원장의 대선 시나리오 최고 롤 모델은 박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당선 후 입당을 약속해 '시민후보' 이미지를 유지하며 민주통합당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안 원장과 박 시장은 기존 제도권 정당에 속하지 않은 인물이란 공통점이 있다. 시민후보의 이미지가 강해 야권 단일화를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안 원장이 박 시장의 모델을 좇아 대통령에 당선될지는 미지수다. 제반 상황이 달라진 탓이다.
우선 서울시장 선거 당시에는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안 원장이 출마를 포기하며 박 시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여기에 박 시장은 박영선 민주당 후보와의 경선을 치러 최종 선출돼 야당 지원을 확보했다. 또 선거 과정에서 유시민·심상정·노회찬 등 현재 통합진보당 인사들의 도움까지 받았다. 결국 박 시장은 당선 후 민주당에 입당해 시정에 필요한 우군을 만들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민주당 유력 후보인 문재인 후보는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안 원장의 '킹 메이커' 역할을 강조했다. 박 시장 때처럼 안 원장이 야권 승리의 '핵심 조연'을 해주길 바란다는 뉘앙스다.
서울시장과 대통령은 무게감 차이가 크다. 제1야당인 민주당이 대통령 후보를 내지 못한다면 정당으로서는 치명적 약점이다. 안 원장이 야권 단일 후보가 될 경우 민주당 내부에서 '시민후보' 와 '민주당 후보'의 정체성을 놓고 갈등을 빚을 수 있는 대목이다. 안 원장에 대한 입당 요구가 커지는 것은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박 시장의 당선에 큰 역할을 했던 진보당 인사들도 지금은 여력이 없다. 신·구 당권파로 나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당 정비가 급선무다. 따라서 진보당이 야권 단일화에 큰 역할을 맡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이에 대해 정해구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현실적으로 정당의 지원을 받아야 하지만 동시에 정당과 거리를 둬야 하는 게 안 원장의 모순적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시장이 그랬듯 안 원장도 대통령 당선 이후 민주당에 가입해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그렇게 된다 해도 당정 관계가 긴밀하지 않을 것 같다"며 안 원장의 입당 가능성을 낮게 봤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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