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개방 이후 고도성장을 지속해온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이미 5000달러를 넘었다. 13억 인구의 소득이 매년 10% 이상 증가하면서 중국 대륙은 이제 거대한 소비시장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중국은 수출주도형 경제모델을 구축하면서 고도성장을 실현해왔다. 한국 등 외국에서 수입된 반제품이나 자본재를 가공해 해외로 수출함으로써 막대한 무역흑자를 거둬들였다. 그러나 점차 투자효율성이 떨어지고 빈부격차 도농격차 등 사회모순이 증가하자 자연스럽게 소비중심의 성장모델로 변모하고 있다. 금융위기로 인한 해외수요의 급감, 위안화 절상압력 등도 중국이 성장모델을 바꾸는 데에 영향을 미친 요인이다.

중국의 민간소비시장은 현재 미국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2020년이면 8조6000억달러 규모로 커져 미국의 절반 수준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공제품 위주의 수출을 해왔던 한국도 중국시장을 직접 겨냥한 최종재 수출로 눈을 돌려야한다는 지적이다.

◆서비스시장 등 활성화 기대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5516달러(약 625만원). 10년 전인 2002년의 1135달러에 비해 거의 5배 늘었다. 현재 중국의 주요 도시 중에서 국민소득 1만달러가 넘는 곳이 40곳이나 된다. 상하이 베이징 톈진 등 대도시는 물론 오르도스 다칭 등 광산도시들에도 고소득자들이 넘쳐난다. 국민소득 1만달러가 넘는 중국 도시의 인구는 전체 인구의 18%인 2억4000만명. 중국의 소비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2010년 기준 중국의 민간소비는 GDP의 38% 수준이다. 한국의 GDP 대비 소비비중이 50%대 중반이고 미국과 일본이 각각 70%와 60%를 넘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소비시장의 잠재력이 얼마나 큰지를 짐작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내수확대 정책을 지속할 경우 소비비중이 2020년에 GDP의 57%까지 상승, 중국의 내수시장 규모가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로 올라설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지출 증가율이 연평균 15.7%로 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는 주민들의 소비성향을 자극하기 위해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최저임금을 매년 15%안팎씩 올리고 있다. 또 고용과 소득증대 효과가 큰 3차산업과 민영기업의 비중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정부 독점 영역도 대폭 개방될 것으로 기대된다.

◆FTA로 비관세장벽 허물어야

전문가들은 한국이 중국 소비시장을 공략하려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제조업의 관세율을 낮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비스업과 각종 첨단기술 부문의 시장접근, 즉 비관세장벽을 철폐해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현재 한국에 대해 높은 수준의 개방을 계획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중국과 낮은 수준의 FTA를 체결하더라도 발효 후 10년간 실질GDP가 2.28% 증가, 275억9000만달러의 후생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과의 FTA처럼 개방의 수위를 높이면 발효 5년, 10년 후 실질GDP 증가율은 1.25%, 3.04%로 각각 크게 높아진다.

중국으로서는 미국·EU와 FTA를 체결한 한국을 거쳐 선진시장 공략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또 아세안을 제외하면 교역량이 많은 국가와의 FTA가 거의 없기 때문에 중국도 어느 정도 한국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FTA체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중 FTA가 체결되면 양국 관계는 교역을 넘어 새로운 동북아의 동반자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