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투자가 해외로 쏠린다고 한다. 재계에 따르면 2010년 이후 대기업들이 해외투자를 결정한 금액은 무려 35조원에 달한다. 제조업 분야의 해외투자가 단기간에 이처럼 늘어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GS글로벌 LG화학 등 국내 유수 제조업체들이 미국 중국 등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 중이고 그 규모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물론 기업들의 해외투자 자체가 이상할 것은 없다. 기업들은 인건비 물류비용 세금 등 비용적인 측면과 각종 유·무형의 규제, 그리고 현지 시장 여건 등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투자지역과 규모를 결정한다. 문제는 기업들이 국내 규제에 못 이겨 해외로 쫓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몇 년간 해외투자가 급증한 것과 기업을 옥죄기만 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압박이 무관치 않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현 정부가 소위 동반성장, 공생발전을 화두로 들고 나온 것이 2010년이다. 이후 동반성장위원회가 출범해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연달아 지정하고 대기업·중소기업 간 성과공유제까지 시행 중이다. 이어 대형마트 영업규제, 백화점 입점업체 및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일감몰아주기 과세 등 동반성장의 모토 아래 시행된 규제들을 일일이 다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더 걱정되는 것은 지금부터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여당과 야당 할 것 없이 경쟁적으로 대기업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경제민주화라는 이름 아래 출자총액제한 순환출자금지를 비롯 기업과 기업인을 죄악시하고 범죄인 취급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대기업의 사실상 해체까지 요구하는 상황이다. 기업들의 손발을 묶어 해외로 쫓아보내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우리 대표기업들의 엑소더스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지금 다른 나라들은 이미 해외로 나갔던 자국 기업들의 국내 유턴을 적극 권하는 추세다. 미국만 해도 오바마 대통령이 유턴 기업에 과감한 세제지원 의사를 밝혔다. 국내에 일자리를 만들어 경제를 살리자는 취지에서다. 우리는 정반대로 기업을 쫓아내지 못해 안달이다. 필경 소 잃고 외양간 고치며 후회할 날을 맞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