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굴릴 곳 없는 보험사, 사활 건 '대출 세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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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KDB생명 등 금리 낮춰…약관 한도 최대 95%로 확대
연체율 상승세…부실화 우려도
연체율 상승세…부실화 우려도
보험사들이 대출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정착되면서 대출 이외의 투자처가 마땅치 않아서다. 대출자 입장에선 나쁠 게 없지만 추후 가계부실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생명 역대 최저 대출금리 적용
대한생명은 최근 주택담보대출의 최저금리를 연 4.31%(혼합금리형 기준)로 종전보다 0.5%포인트 인하했다. 대한생명 관계자는 “오는 10월 사명을 한화생명으로 바꾸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특별금리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우리 회사로선 역대 최저 금리”라고 설명했다.
대한생명은 이와 함께 삼성 현대차 등 10대그룹 계열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최저 연 5%짜리 신용대출 상품을 내놨다.
메트라이프생명은 금리연동형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 한도를 환급금 대비 종전 90%에서 95%로 확대했다. 보험업계에선 그동안 대출한도를 환급금의 80~90% 정도로 제한해왔다. 이 회사 관계자는 “보험계약대출의 경우 해지환급금을 담보로 잡고 있어 부실 우려가 없다”며 “업계 최고인 95%로 확대해도 무방하다는 게 경영진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KDB생명은 최근 ‘보험계약대출 서비스제도 개선’을 통해 대출금리를 최고 1%포인트가량 낮췄다. 또 휴일에도 대출을 내주는 시스템으로 바꿨다. KDB생명 관계자는 “보험계약대출은 무심사·무보증 방식인 데다 별도 수수료가 없어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생보사뿐만 아니라 손보업계도 ‘대출 앞으로’를 외치고 있다. 한화손해보험은 기납입 보험료의 최대 두 배까지 신용대출을 내주는 상품을 출시했다. 현대해상은 대출계약을 받은 고객을 대상으로 금액별로 상품권 등을 지급하는 이례적인 행사를 다음달까지 진행한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대출 확대에 나서는 것은 운용자산 이익률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어서다. 보험사들은 총 620조원(대출잔액 106조원) 규모의 자산을 굴리고 있는데, 이익률이 올 들어 연평균 4%대로 떨어졌다.
김해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 금리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험사엔 비상이 걸린 상황”이라며 “특히 장기상품을 많이 취급하는 생보사들이 역마진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험사들의 대출 확대가 추후 부메랑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보험사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지난 6월 말 기준 0.6%로, 4개월 연속 상승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보험사 대출채권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현재로선 낮다”면서도 “건전성 등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