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무관심했던 한국과 미국의 2030세대는 노무현과 오바마 대통령을 탄생시키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인터넷, 휴대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네트워크 정보기술을 활용해 판세를 뒤집은 것이다.

《소셜정치혁명 세대의 탄생》은 한국과 미국의 대선을 좌우한 ‘휴대폰 보이’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새로운 민주주의의 지평을 개척해 정치혁명을 이끄는 상황을 분석한 책이다.

인류가 사용해온 문자와 전신, 인쇄술 등의 정보기술(IT)이 네트워크화된 것은 인터넷과 SNS 등장 이후의 일이다. 네트워크 정보기술의 등장으로 정보를 확산시키는 속도가 빨라졌고, 그 닿는 범위도 최댓값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대중매체의 일방적인 게이트키핑(취사선택)으로 배제되던 정치의제와 논리들도 네트워크 공론장에서 주류로 부상했다.

이로써 ‘빅 브러더’가 가졌던 권력을 ‘리틀 시스터’들이 나눠 가질 수 있게 됐다. 이는 정치권력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혁명적인 변화다. 다수가 권력을 스스로 점유·행사하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한다면 ‘휴대폰 보이’들이 주축을 이룬 네트워크 공론장이야말로 민주주의의 기본에 더 가까워진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노무현 후보의 대선 당일, 한국 젊은이들이 투표를 독려하는 문자 메시지와 통화를 무수히 교환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명박 후보가 정동영 후보를 큰 표 차이로 따돌린 이유는 ‘휴대폰 보이’들이 적극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선거 쟁점은 보수와 진보 간의 대결이 아니라 ‘경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취임 몇 달 뒤 ‘광우병 파동’을 겪었다. 정치적 결정이 자신의 생활에 영향을 끼친다고 판단한 10대 ‘휴대폰 보이’들이 개입하면서 상황이 폭발했다.

미국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를 누른 오바마 민주당 후보에게는 Y세대가 있었다. Y세대는 1980년대 중반에 출생해 2004년 대선에서 유권자가 된 18~32세의 청년층. 이들은 트위터, 마이스페이스, 페이스북 등을 통해 결집했다. 오바마는 선거 초반부터 이들을 적극 공략했다. 200달러 이하 기부자 비중이 매케인 진영은 34%인 데 비해 오바마 쪽은 54%였다. 오바마가 집권 후에도 주요 정치개혁 의제를 해결하기 위해 트위터를 활용하고 있는 것은 이런 경험 덕분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