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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선의의 어려움

기업 사회공헌을 바라보는 시선…좋은뜻 오해받는 현실 안타까워

조상호 <SPC그룹 총괄사장 schcho@spc.co.kr>
누군가에게 오해를 받을 때보다 더 속상한 일은 없다. 특히 선의(善意)를 위해 한 일이 악의(惡意)로 오해 받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 오해를 풀기 위해 하는 말들이 또 다른 오해를 낳기도 한다.

얼마 전 일이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를 만큼 무더운 주말 휴일이었다. 볼일을 보고 집으로 향하던 길에 육교를 올라가다가 무심코 저만큼 계단 위쪽을 쳐다보았는데, 작은 체구에 허리도 구부정한 할머니 한 분이 계단을 올라가는 것이 눈에 띄었다. 시골에서 상경이라도 하신 건지 머리 위에는 커다란 바구니를, 한 손에는 분홍색 보따리를 든 모습이 보기만 해도 힘겨워 보였다.

때마침 한 청년이 뛰어 올라가 “할머니 제가 도와 드릴게요” 하며 보따리를 들어드렸다. 요즘도 저런 착한 젊은이가 있나 하고 흐뭇해하는데, 할머니는 오히려 보따리를 도로 뺏으며 소리를 빽 지르는 것이 아닌가? 할머니는 아마도 귀가 어두워 도와드리겠다는 청년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한 것 같았다. 그저 청년이 자신의 보따리를 낚아채 훔쳐가는 것으로 느꼈던 모양이다.

청년은 멋쩍은 얼굴로 재차 설명을 드렸지만, 할머니는 잔뜩 찌푸린 얼굴로 괜찮다고 하시며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청년의 표정에는 당황스러움이 가득했다. 보따리에 매우 중요한 물건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선한 의도를 오해 받은 청년에게는 제법 억울한 일일 것 같았다.

이런 오해의 순간은 여러 곳에서 접해볼 수 있다. 최근 많은 기업들도 좋은 의도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사회 전반에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기업이 해결하기 위해 직접 나서는 노력에 박수를 받는 동시에 기업 이미지를 위한 일회성 이벤트로 활용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남을 돕기 위해 시작한 일이 그 자체로 평가받지 못하고, 그 속에 어떤 저의가 있을 것이라 평가되는 것은 마음이 상하는 일일 것이다.

우리 회사에서 하고 있는 많은 활동들도 같은 사안에 대해 다른 평가가 공존할 때가 있다.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며 고객과 가맹점주, 협력회사 등 많은 이해관계자들과 상생의 철학으로 함께 성장해나가고자 노력을 기울이지만, 때때로 이러한 노력이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여러 집단의 이익을 위해 중재하다가 오히려 그 책임을 떠맡게 되는 경우도 있고, 어려움에 처한 이를 도와주기 위해 시작한 일이 다른 이익을 얻기 위해 하는 일로 오명을 쓸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진심은 통한다”라는 말처럼 마음에 담긴 진심이 마음에 전달되면 백 마디 말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는다.

기업들도 ‘진정성’을 바탕으로 꾸준히 사회와 공존하기 위한 나눔의 생태계를 조성하고, 사회 구성원 및 이해관계자들과 진심으로 소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면 진정으로 사랑받는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선의’는 뒤따르는 오해와 비난까지 감수하는 모든 과정을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좋은 일을 한다는 것은 그래서 어려운가 보다.

조상호 <SPC그룹 총괄사장 schcho@sp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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