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00만 넘는 도시 220개…'샤오캉형' 소비 급속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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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 수교 20주년…차이나 2.0 시대] (2) 13억 거대시장을 잡아라
1980년대 이후 출생한 '샤오황디'가 소비 新주류
이랜드·락앤락, 현지화 성공…장밋빛 전망만 믿으면 안돼
1980년대 이후 출생한 '샤오황디'가 소비 新주류
이랜드·락앤락, 현지화 성공…장밋빛 전망만 믿으면 안돼
#. 중국 상하이의 유행 1번지인 ‘신톈디(新天地)’ 거리. 아이스크림 전문점인 하겐다즈 매장은 120위안(약 2만1000원)짜리 디저트 메뉴를 시켜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20~30대 젊은이들로 북적댄다. 한국인 유학생 최대섭 씨(31)는 “20위안 정도에 끼니를 때우는 서민들도 아직 많지만 왕성한 소비력을 가진 ‘샤오황디(小皇帝·1980년대 이후 출생 세대)’들이 시장의 주소비층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고 말했다.
#. 2004년 중국에 진출한 밀폐용기 전문업체 락앤락은 지난해 중국 시장 매출(2119억원)이 한국 시장 매출(1694억원)을 뛰어넘었다. 10분의 1 가격의 ‘짝퉁’(모방) 제품들이 시장에 넘쳐나고 있지만 락앤락 제품을 찾는 중국 중산층의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중국 내륙 우한(武漢)시내 락앤락 매장에서 만난 류밍샤 씨(45)는 “뜨거운 물을 넣어도 안심할 수 있는 ‘러커우러커우’(락앤락의 중국명)가 최고”라고 말했다.
13억 인구의 중국 내수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중국 정부가 경제발전 전략의 방향을 수출 주도에서 내수 중심으로 틀면서 소비시장 규모가 급팽창하고 있다. 2020년에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소비대국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올 정도다.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5000달러를 돌파했다. 베이징 상하이 톈진 등 대도시는 이미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1만달러를 넘어섰다.
◆도시화로 잠재소비력 커져
중국 소비시장 확대의 핵심 동력은 빠른 속도의 도시화다. 중국 정부의 도시화 정책으로 2020년 인구 1000만명 이상 대도시가 현재 5개에서 8개로, 인구 100만명 이상 중형도시는 220개로 늘어나 전체 인구의 55%인 7억5000만명이 도시에 거주할 것으로 예상(삼성경제연구소)된다. 시장분석기관인 글로벌인사이트는 2020년 중국 민간 소비시장이 도시화 진전에 따라 현재의 3.5배가량인 8조6000억달러(미국 시장의 56.2% 수준) 규모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인들의 소비 패턴도 ‘생계형 소비’ 위주인 원바오(溫飽·따뜻하고 배부른)형에서 ‘풍요롭고 즐기는 삶을 추구하는’ 샤오캉(小康·물질적으로 풍부한)형으로 진화 중이다. 캉첸 선인완궈증권 선임연구원은 “그동안 중간재 중심의 수출을 했던 한국 기업들도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한 최종 소비재 수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현지화로 성공한 락앤락
중국 소비재 시장 진출을 꾀하는 한국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랜드는 1996년 상하이에 1호 의류 매장을 낸 뒤 지난해 중국 전역에서 5200개 매장을 운영하며 매출 1조6000억원을 올렸다. 연말까지 매장 수는 6400개, 매출은 2조1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성공 비결은 브랜드 고급화와 차별화다. ‘티니위니’ ‘스코필드’ 등 대표 브랜드의 웬만한 티셔츠 값은 500위안(약 9만원)을 훌쩍 넘는다. 모든 매장을 직영 체제로 운영하며 최고급 백화점이나 대형 복합쇼핑몰의 노른자위에만 입점시키고 있다.
중국 내 22개 도시에 지사를 두고 있는 락앤락은 철저한 현지화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휴대용 ‘차(茶)통’으로 수시로 차를 즐기는 현지인의 특성을 파악해 뜨거운 물을 부어도 변형되지 않고 밀폐력이 높은 차통을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중국 식문화에 맞춰 한국에서 팔던 기존 도시락 용기를 1.7배 크게 만들기도 했다.
권세훈 락앤락 우한지사장은 “중국 시장 특성에 맞는 제품만 개발하는 전담팀을 따로 두고 있다”며 “단순히 제품을 팔기보다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막연한 환상은 버려야
성공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1위 할인점 이마트는 1997년 중국에 진출했지만 지난해 27개 점포 중 11개를 처분하는 등 고전하고 있다. 까르푸 등 외국계 할인점에 비해 상품 구성 및 매장 운영 방식, 할인판매 전략 등에서 초기 현지화 노력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준규 KOTRA 상하이무역관 차장은 “한국에서 통하면 중국 시장에서도 무조건 통할 수 있다는 환상을 제일 먼저 버려야 한다”며 “중국의 복잡한 유통망을 이해하는 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랜 준비 기간을 통해 자연스럽게 중국 소비시장에 녹아드는 ‘모허(磨合·갈리고 닳아져 맞아떨어짐)’의 묘를 살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의류사업을 하는 박상준 사장은 “중국 시장에선 최소 5년 정도 지나봐야 사업의 진짜 성공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며 “장밋빛 전망만 믿고 별다른 준비도 없이 섣불리 중국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김태완 특파원(베이징·충칭) 이정호 기자(상하이·우한) 노경목 기자(칭다오·창춘·훈춘)
한국경제·LG경제연구원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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