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누빈 '버거 소녀'…700개팀 제치고 1등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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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 대학생 취업 디딤돌] 롯데리아 신입사원 이주형 씨
마케팅 서바이벌 '글로벌 원정대'
끝없는 토론…밤샘 미션 준비 아직도 생생
신문 스크랩, 논문까지 섭렵…철저하게 준비
'마음' 얻는 마케터 되고파
마케팅 서바이벌 '글로벌 원정대'
끝없는 토론…밤샘 미션 준비 아직도 생생
신문 스크랩, 논문까지 섭렵…철저하게 준비
'마음' 얻는 마케터 되고파
“최우수상 ‘에브리데이 해피(Everyday Happy)’팀!” 사회자의 목소리도 떨렸지만 수상자의 심장은 더 떨렸다. 너무 기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친구 자취방에서의 끝없는 아이디어 난상토론, 학과 룸에서의 밤샘 스티커 작업, 영상을 제작하느라 밤을 지새웠던 기억, 뙤약볕 아래 땀방울을 흘리며 캠퍼스를 뛰어다니던 모습…. 지난 6개월의 순간순간이 추억이 되어 눈물방울로 흘러내렸다.
“평생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어요. 정말 열심히 준비했고 최선을 다했거든요.”
벌써 1년이 지났다. 이주형 씨(23)는 그때의 감격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이씨는 최우수상 수상 후 올 상반기 롯데그룹 공채 74기로 롯데리아에 입사한 케이스. 광고·영화 동아리, 복합 예술장르 ‘윤이상을 만나다’ 조연출, 성균관대 영화제 미디어팀장…. 기자는 화려한 이씨의 자기소개서를 보면서 당연히 남자겠거니 생각했다.
그래서 실수를 하고 말았다. 지난 13일 월요일. 서울 남영동 롯데리아 본사에서 인터뷰 대상자인 이씨를 앞에 두고 ‘이주형 씨는 언제 오죠?’라고 물었다. “이름 때문에 남자란 소릴 많이 들었어요. 해프닝도 많았죠”라며 이씨는 오히려 기자가 무안해할까봐 미소를 지으며 어색한 상황을 수습했다. 나중에 자개소개서를 보니 장점으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상대를 배려하고 마음을 읽는 능력을 키웠다’고 써 있었다. 이달 코스모스 졸업을 한다는 이씨는 롯데리아 CF에 모델로 나가도 될 만큼 청순하고 예쁜 이미지의 20대 아가씨였다.
○초·중학교 땐 줄곧 반장
“반장 경험을 통해 소중한 걸 얻었어요. 반장도 해본 사람과 안 해본 사람은 천지차이라는 것. 안 해보면 앞에 나서기도 어려워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지요.” 그의 고교시절은 공부만 했던 기억으로 남았다. 고양외고를 다니면서 새벽밥을 먹고 밤늦게 집에 돌아온 3년의 긴 시간. 함께 공부하면서 힘든 고교시절을 겪은 친구들이 지금도 소중한 친구들로 남아 있다. 2008년 성균관대 영상학과에 들어간 이씨는 1학년 1학기 땐 학사경고를 받을 정도로 대학생활의 자유를 즐겼다. 등록금을 안 내주겠다는 아버지의 말에 2학기엔 학과 1등을 해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뭔가 하나에 몰두하면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다. 이씨 스스로도 “제가 가장 잘 하는 것은 무언가 한 가지에 몰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4학년 때 찾아온 행운
대학 4학년에 오른 3월 초. 같은 과 친구 2명의 제안이 이씨의 운명을 바꿨다. 제1기 롯데리아 글로벌원정대에 한 팀이 돼 도전하자는 것. “1기라는 매력과 1회성이 아닌 6개월에 걸친 서바이벌 형식이었기에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최종 3개팀에는 해외 탐방의 기회도 주어졌기에 매력적이라고 느꼈죠.” 지원한 팀만 700개. 그 중 100개팀이 예선을 통과했다. 캠퍼스 미션이 첫 번째 과제로 주어졌다. 친구의 자취방에서 난상토론을 벌였다. 순간 이씨의 번득이는 아이디어. “축제기간 중 학생들의 등에 햄버거 스티커를 붙인 후 몇 시간 동안 캠퍼스를 누빈 뒤 우리 부스로 오면 햄버거 교환권을 주는 이벤트를 열면 어떨까.” 함께한 친구들은 박수를 치면서 ‘굿 아이디어’라고 좋아했다. “600여명의 학생들이 움직이는 햄버거 광고가 된 거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신청하리라곤 상상도 못했거든요. 성공적이었어요.”
이어 주어진 미션은 사회공헌활동(CSR). “다문화가정 이주여성들의 삶을 담아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보내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종로구 다문화지원센터에 협조를 구해 20가정과 연계, 그들의 일상을 담은 영상을 찍고 부모님께 드리는 메시지를 카메라에 담았다. 손주들이 할머니께 보내는 꼬부랑 글씨의 편지도 사진과 함께 동봉했다.
“저랑 비슷한 또래의 이주여성의 삶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어요. 그리고 그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앞으로 이방인들을 위한 마케팅도 해보고 싶어요.”
이런 활동에 힘입어 이씨가 속한 ‘에브리데이 해피’팀은 해외 탐방의 기회도 얻게 됐다. 지난해 8월 3주 동안 스페인~이탈리아~영국을 다니면서 세계 여러 나라의 QSR(Quick Service Restaurant·햄버거·피자 같은 빠른 서비스 음식점)을 경험했다. “스페인 롯데리아의 현지화 전략은 무엇이고 맥도날드는 어떤 메뉴로 공략하고 있는지를 연구했어요. 스페인 사람들의 음식 선호도, 식재료, 요리 색깔부터 심지어 식사시간이 평균 몇 분인지까지 조사했죠.”
여행 후 ‘외모와 웰빙에 관심이 많은 스페인 여성에겐 한우레이디버거가, 날씨가 더운 탓에 매장은 테라스형이 적합할 것 같다’는 보고서를 냈다.
○‘마음을 향한’ 마케터의 꿈
글로벌원정대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이씨는 올 상반기 롯데그룹 공채에 지원했다. 채용을 전제로 한 프로그램이 아니었기에 일반전형자와 똑같이 채용절차를 밟았다. 지난 6월 초 최종합격 통지를 받고 지금은 교육을 받는 중이다. 교육 후엔 1년 정도 매장에서 관리자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면접 준비를 어떻게 했는지 궁금했다.
“신문을 통해 6개월간의 롯데리아 기사를 다 읽고 스크랩했어요. 회사 홈페이지의 정보 파악은 기본입니다. 지원부서에 관련된 마케팅 논문까지 섭렵했지요.”
이씨는 취업준비생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대학생활 중 많은 경험을 하지만 자신의 강점을 살리고 앞으로 자신이 일할 분야에서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해요. 단지 돈을 벌기 위한 취업보다 정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먼저 찾았으면 해요.” ‘사람은 꿈을 꾸고 그 꿈은 사람을 키운다’ 했던가. 어릴 적부터 그냥 앉아 있는 것보다 부딪치고 도전하는 것을 좋아했던 이씨는 각종 마케팅 공모전을 통해 마케터의 꿈을 키웠다. 그 꿈이 그를 여기까지 오게 한 힘이 됐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그는 나름대로 마케팅 철학도 갖게 됐다. “세상에 제일 힘든 게 마음을 얻는 거잖아요. 마음을 얻으면 이미 절반은 판 것이나 다름없어요.”
앞으로 10년 뒤 롯데리아 마케터로서의 이씨는 어떤 모습일까? “마케팅 분야에서 촉(촉수처럼 감각이 뛰어남)을 세우고 고객이 진정 원하는 것을 만족시키는 마케터가 되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제가 참여했던 공모전에 기획자 입장으로 후배들과 교류하면서 마케팅 인재를 발굴하는 일도 하고 싶어요.” 보기와는 달리 당찬 20대 여성이었다. ‘마음을 향한 마케터’ 이주형 씨. 다음달 중순엔 이씨가 있는 롯데리아 매장에 가봐야겠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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