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구 교수 "安, 민주당 지원 받아야… 입당시 정체성 흔들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사진)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후보 단일화를 통해 정권을 창출하는 야권의 대선 시나리오가 실현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해구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57)는 20일 전국교수노조,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학술단체협의회 주최로 서울 덕성여대 종로캠퍼스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 선거과정, 이래도 좋은가' 주제의 집담회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진보 성향의 교수들은 안철수 현상에 대해 "무정당주의의 일종" 이라며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이날 주제 발표한 정 교수는 2008년 18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공천 심사위원을 맡은 바 있다.

정 교수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강력한 대항마로 부상한 안 원장이 아직 출마 여부도 밝히지 않고 있다" 며 "민주 진보진영의 대선 전략 역시 '안철수 마법' 에 걸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교착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야권 후보 단일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안 원장이 단일 후보로 선출됐을 때 민주당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이 과정에서 민주당이 입당 요구를 할 경우 '시민후보' '국민후보'의 정체성을 가진 안 원장이 이를 수용할지가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안 원장이 단일 후보가 돼 제1야당인 민주당이 대선에서 자신의 후보를 내지 못한다면 이는 정당으로선 치명적 약점" 이라며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안 원장에게 민주당 입당을 강하게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안 원장이 입당을 요구받을 경우 이를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측했다.

정 교수는 "안 원장이 민주당에 입당할 경우 시민후보, 국민후보로서의 출마 명분이 약해질 뿐 아니라 지지율도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면서 "현실적으론 민주당의 조직적 지원이 필요하지만 자신의 지지를 유지하기 위해 정당과 거리를 둬야 하는 게 안 원장의 모순적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안 원장의 개인적 삶과 대통령의 자질과 능력이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 라며 "특히 조직화된 정치세력 없이 유권자들의 지지만으로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을지, 또한 당선된다 하더라도 국정 운영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며 검증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안철수 신드롬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해법이 뒤따라야 한다고도 했다. 안 원장에 대한 높은 지지가 정당정치 자체를 부정하는 일종의 무정당주의라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기성 정치에 대한 실망과 불신을 드러내는 안철수 신드롬을 정확히 이해하되 이를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혼동하지 않아야 한다" 며 "정당을 거치지 않은 채 제3후보로 떠오른 안 원장 케이스는 대안적 정당체제를 만들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정당정치를 약화시켜 해체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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