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매수세가 국내 증시를 이끌어나가는 상황에서 프로그램 차익매수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 외국인 매수세가 대부분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지고 있어 차익거래 청산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파죽지세로 상승세를 나타내던 코스피지수는 이틀째 지지부진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20일 오전 10시54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11포인트(0.11%) 떨어진 1944.43을 기록 중이다.

그 동안 국내 증시의 상승세를 이끌어온 것은 단연 외국인의 자금이었다. 외국인은 지난 7월 27일 이후 전 거래일까지 6조원 이상을 순매수했다. 이날도 외국인은 개장 초반에는 400억원 가까이 순매도를 했지만 매수세로 돌아서 현재 90억원 매수우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외국인의 대규모 '사자'에 대한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외국인의 매수세가 대부분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 수급 중 상당부분이 프로그램 형태로 유입된 돼 매물 부담도 그만큼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6일 이후 외국인은 약 6조3000억원의 주식을 매수했는데, 이중 97%인 6조1000억원이 프로그램으로 들어왔다. 최근 3주간 외국인 순매수 중 프로그램 활용 비중도 30%에서 90%, 93%로 급격히 확대됐다.

프로그램 매수에서 우려되는 것은 차익거래다. 비차익거래는 외국인의 장기 투자성향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큰 우려 요인이 아니지만, 선물과 현물과의 가격차이를 통한 매매이익을 추구하는 차익거래의 경우 베이시스(현선물 가격차이)가 악화될 경우 대규모 매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이후 프로그램 매수 중 차익거래는 2조4800억원, 비차익거래는 3조3600억원을 차지했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차익거래는 베이시스 악화 시 매도로 출회되는 단기성 자금 성격을 가지고 있다"며 "지난 9일 옵션 만기일 이후 유입된 외국인 유동성에서 차익거래의 비중이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글로벌 유동성의 위험자산 수요가 둔화될 가능성을 안고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선물시장에서의 베이시스 상황은 부정적이지 않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 차익거래 청산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진입 베이시스"라며 "9월 동시만기도 가시권에 들어왔기 때문에 진입 베이시스와 스프레드 조건을 통해 롤오버(이월) 또는 청산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풀이했다.

최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8월에 유입된 2조4840억원의 외국인 차익 순매수 중에서 80% 이상이 1.5p 이상의 베이시스에서 진입했다. 이론 베이시스가 대략 0.7p 가량임을 감안하면 0.8p의 이론손익이 발생한 것이다.

그는 "외국인의 조달비용이 낮아 실질 이론가가 낮다는 점을 감안해도 거래세 0.77p를 포함하면 아주 좋은 베이시스는 아니기 때문에 외국인의 차익매수 물량이 롤오버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따라서 외국인 차익거래가 대규모 청산되면서 코스피지수에 충격을 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