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준 하나은행장"'PB 名家' 전통 되살려 3년내 세계 50대은행"
“프라이빗뱅킹(PB) 영업을 업그레이드해 3년 뒤에는 세계 50위권의 초우량 은행이 되겠습니다.”

김종준 하나은행장(57·사진)은 ‘PB 사관학교’로 불릴 만큼 전통적으로 강점을 지닌 하나은행의 PB 영업을 더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19일 밝혔다. 또 외환은행과의 통합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2015년 글로벌 톱50’의 꿈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계대출 부실 등의 경영 위험 요인에 대해서는 ‘아직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시나리오별 대처 방안을 마련하는 등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우수 PB에 파격적 지원

김 행장은 지난 3월 취임 후 5개월 만에 가진 언론과의 첫 인터뷰에서 PB 명가의 전통을 되살리겠다고 천명했다. “과거에는 PB 영업 하면 하나은행이었지만 이제 다른 은행과 증권사들이 많이 쫓아와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며 “PB 담당 직원 수를 늘리고 고객들이 쉽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점포전략도 새로 짤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좋은 PB 한 명을 육성하려면 굉장히 많은 비용이 든다”며 “힘들게 키운 PB를 지점장으로 보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유능한 PB들이 현장에서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능력과 성과에 따라 PB를 등급별로 세분화해 우수한 PB에게는 파격적인 지원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해외 진출에도 PB 경쟁력을 활용할 방침이다. 김 행장은 “해외 점포에서도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뿐 아니라 현지인 대상 PB 영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PB를 파견한 홍콩을 비롯해 동남아 지역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고, 차세대 전략시장인 중국에도 PB를 지렛대로 한 영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50대 은행 가시권”

하나은행은 ‘2015년 세계 50대 은행’이라는 비전을 갖고 있다. 2년 전 천명한 목표다. 김 행장은 외환은행과의 통합으로 ‘글로벌 톱50 은행’이 실현 가능한 수준으로 가시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두 은행 간 통합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통합이 빨리 이뤄질수록 시너지 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했다. 몸집이 커지는 데 따른 규모의 경제는 물론 소매금융에 강한 하나은행과 기업금융에 강한 외환은행의 장점이 어우러져 비용 절감과 수익 증대 효과가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김 행장은 두 은행의 체크카드 결제계좌를 교차 가입할 수 있게 하고, 카드론 고객이 두 은행 중 어느 자동화기기(ATM)에서나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조만간 출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최근 연체율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는 우려에는 “연체율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지만 아직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단기 대출은 장기로, 변동금리는 고정금리로, 거치식 상환은 비거치식으로 전환시키는 등 사전 조치에 주력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다만 “여러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가 많은 점이 문제”라며 “제2금융권 등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은행권으로 전이될 수 있어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주말 정부가 내놓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방안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작용하겠지만 시장 자체가 워낙 침체돼 있어 추가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일규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