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8월17일 오후 2시50분


글로벌 경기 침체와 기업들의 실적 악화 여파로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상반기 현대오일뱅크 등 ‘대어(大魚)급’ IPO가 무산된 데 이어 하반기로 예상됐던 LG실트론 카페베네 해태제과 등 ‘빅3’ 회사의 IPO도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어 상당 기간 IPO 시장의 ‘개점휴업’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적 악화에 발목 잡힌 LG실트론

반도체 웨이퍼 제조업체인 LG실트론은 상반기 매출 5460억원에 49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4%와 30% 줄어든 수치다. 당기순이익은 285억원으로 61.5% 감소했다. 모건스탠리는 LG실트론의 올해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39.8% 감소한 814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IB업계에선 LG실트론의 실적이 악화된 만큼 연내 상장은 물 건너간 것으로 보고 있다. 상반기 말 기준 주당순이익(EPS·425원)으로는 2007년 말 LG실트론 지분 49%를 매입한 보고펀드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의 손익분기점을 맞춰줄 수 있는 공모가격을 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FI들이 투자한 가격은 주당 2만3872원이다. 이를 맞추려면 해외 유사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 20배를 적용해도 EPS가 작년 수준(1424원)은 돼야 한다.

◆카페베네도 상장 무산될 듯

국내 1위 커피전문점인 카페베네도 연내 상장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상반기에 매출 850억원, 영업적자 6억5000만원, 당기순손실 21억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카페베네가 상장 요건은 갖춘 상태지만 상반기에 적자를 낸 만큼 상장심사 때 ‘사업 지속성’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카페베네의 실적이 악화된 것은 주력인 커피전문점이 성장 정체에 빠진 데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사업(블랙스미스)에 새로 뛰어들면서 차입금 규모가 늘어나서다. 커피전문점 사업의 수익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 사업 부문 매출은 상반기 33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519억원)보다 36% 감소했다. 반면 작년 말 654억원이던 부채는 6개월 만에 1385억원으로 늘었다.

◆해태제과도 IPO 약속 못 지켜

크라운제과 계열 해태제과도 IPO에 제동이 걸렸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이미 우리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놨고 상장 요건도 충족하고 있지만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IPO 시기를 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연초만 해도 해태제과는 오는 9월26일까지 상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2010년 KT캐피탈과 LIG투자증권이 공동으로 설립한 ‘KT-LIG에이스PEF’에서 537억원을 투자받으면서 이 기한까지 상장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만약 이 기한까지 상장하지 않을 경우 KT-LIG에이스PEF가 보유한 해태제과 지분 19.78%(우선주 포함 기준)를 연 10% 금리로 되사줘야 한다. 이 같은 풋백옵션 계약에 따라 해태제과가 올해 9월 FI에 지급해야 하는 금액은 682억원에 이른다.

이 같은 재무 부담에도 IPO를 연기한 것은 현재 실적과 시장 상황으로는 만족스러운 기업가치(밸류에이션)가 나오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해태제과는 상반기 매출 3596억원, 영업이익 269억원, 순이익 105억원을 거뒀다. 실적은 개선되는 추세지만 현 시점에서 IPO를 추진할 경우 만족스러운 공모가격을 얻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KT-LIG에이스PEF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해태제과와 풋백옵션 상환 내지 연장 등에 대한 협상을 마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진형/정영효/심은지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