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26개 대기업이 작년에 낸 세금보다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지급한 연봉이 더 많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CEO에게 지나치게 많은 연봉을 주면서도 세금은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AP통신은 진보적 싱크탱크인 정책연구소(IPS)의 보고서를 인용, 보잉, 시티그룹, AT&T 등 대기업들이 지난해 자사 CEO들에게 평균 2040만 달러(231억3800만원)의 연봉을 줬다고 16일 보도했다. 반면 이들 26개 회사는 작년 모두 10억달러 이상의 순익을 냈지만 순익에 대해 세금은 거의 내지 않거나 전혀 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보고서는 스톡옵션 등 CEO에 지급된 성과급에 세금공제를 무제한 허용하는 조세규정을 언급했다. 이 규정을 악용해 기업들이 CEO의 성과급을 마구 올리면서도 세금은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보고서는 26개사 중 CEO성과급을 많이 지급한 상위 5개사는 2억3200만 달러의 세금을 공제받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연구개발비에 대한 조세 혜택과 조세피난처 이용, 감가상각비를 초기에 많이 계상하는 회계처리 방법으로 세금을 감면받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기업들은 보고서 내용에 즉각 반박했다. 보잉은 납부 유예된 세금을 포함해 지난해 13억 달러의 세금이 부과됐으며 보고서가 지적한 것처럼 전부 공제받은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찰스 비커스 보잉 대변인은 “연구개발비용을 증액해 세금을 덜 낸 것”이라며 “작년 미국에서 1만1000명을 더 고용했다”고 강조했다. 시티그룹도 2008년과 2009년 발생한 적자가 작년 이익을 상쇄해 세금이 줄어 들었다고 설명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