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관 직원들은 이날 오전 대사관에서 광복절 기념식을 마친 뒤 베이징 외곽에 있는 둥팡밍주 골프장에서 골프 모임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주중 대사관 직원 80여명 중 개인 용무가 있거나 골프를 하지 않는 직원 일부를 제외한 4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오전 11시30분께 시작돼 오후 7시께 시상식을 마친 후 끝났다. 1인당 비용은 400위안(7만원)이었다. 상품은 골프용품과 주류 등을 줬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대사관 관계자는 16일 “8월15일은 공식 휴무일이어서 매년 정기적으로 골프 행사를 연다”며 “대사관 직원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일 기회가 없어 공식 휴무일을 활용해 골프를 쳐왔다”고 말했다.
주중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대사관 직원들은 해마다 삼일절(3월1일)과 광복절(8월15일) 등 1년에 두 차례 단체 골프대회를 열어왔다.
그러나 올 삼일절에는 골프대회를 열지 않았다. 이날 골프장에서 대사관 직원들을 목격한 한 교민은 “광복절에 대사관 직원들이 몰려와 골프대회를 하는 모습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대사관 직원 전화는 대부분 불통이었다. 장성택 부위원장의 지린성 방문 사실도 확인할 수 없었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으로 중국과 일본 간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저녁 행사가 끝난 후 밤늦게 전화가 연결된 한 대사관 관계자는 장 부위원장이 쑨정차이(孫政才) 지린성 서기를 만났느냐는 질문에 “파악하지 않았다”며 “알려고 해도 중국 정부가 알려주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중국 지린TV는 이날 오후 6시30분 뉴스에 쑨 서기와 장 부위원장이 14일 저녁 만났다는 내용을 상세히 보도했다. 15일 오전에는 지린성 부성장 등이 북한 측과 나진·선봉 지역 무역발전 관련 좌담회를 열었다는 내용도 전했다.
베이징에 있는 한 기업 관계자는 “최근 대사관 관계자들을 만났을 때 우연히 골프 행사 얘기를 듣고 요즘 같은 민감한 시기에 공관을 비우면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고 얘기했었다”고 전했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올해 초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직후에도 단체로 골프를 쳐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이날 논란에 대해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그 결과에 따라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