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도 수혈받고 경영권도 확보하려다가 그룹 신뢰성만 손상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투자은행(IB)업계 전문가들의 웅진코웨이 매각에 대한 평가는 이렇다. 웅진그룹이 웅진코웨이를 높은 가격에 팔면서 경영권도 잃지 않으려다가 시장의 신뢰만 잃었다는 분석이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지만 결국 한마리도 잡지 못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웅진그룹이 웅진코웨이 매각을 진행하는 동안 인수 후보는 ‘GS리테일→중국 캉자그룹→KTB PE→MBK파트너스’ 등으로 4번이나 바뀌었다. 하지만 가격은 첫 번째 인수 후보가 제시한 1조2000억원에서 한푼도 상향되지 않았다. 그 사이에 딜은 한 달 넘게 지연되고 웅진그룹의 신용등급만 강등됐다.

첫 번째 인수 후보는 GS리테일이었다. 웅진그룹은 지난달 초 GS리테일과 계약 직전까지 갔다. 하지만 윤석금 회장이 가격에 대한 불만으로 최종 결재를 하지 않아 물건너갔다. 웅진그룹은 지난달 중순에는 중국 가전그룹인 캉자와 매각 합의에 도달했다. 하지만 중국 업체와의 계약으로 국내 채권단의 우려가 커지자 이번엔 KTB PE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KTB PE와도 합의를 깨고 MBK파트너스와 최종 계약을 맺었다.

이 과정에서 웅진그룹과 매각자문사인 골드만삭스는 인수제안서(LOI)를 냈던 교원그룹을 예비후보에서 탈락시켰다가 뒤늦게 본입찰에 참여시키기도 했다. 이례적으로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KTB PE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기도 했다. 글로벌 IB 관계자는 “1조원이 넘는 대형 딜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돼 나쁜 전례를 남겼다”며 “시장이 웅진그룹과 자문사인 골드만삭스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KTB PE는 “대승적 차원에서 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웅진그룹이 계약해지를 통보한 지 하루 만에 MBK파트너스와 계약을 마치자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MBK파트너스와의 계약 체결 사실도 언론기사를 통해 알게 됐다.

김석/고경봉 기자 s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