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상황이다. 아노미 상태다. 뭐라고 할 말이 없다.”

16일 김승연 회장의 실형 선고가 나오자 한화그룹 임직원들은 망연자실했다. 한화그룹은 판결 직후 “김 회장의 공동 정범 등에 대한 유죄 인정은 법률적 다툼의 소지가 상당하다”며 “항소를 통해 적극적으로 소명할 계획”이라는 짤막한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김 회장의 빈자리를 대신할 비상경영체제와 관련해서는 “그룹 경영기획실 차원에서 대책 마련을 위해 초긴장하고 있으나 아직 어떤 결론도 내지 못했다”고 말을 아꼈다.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회장단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수시로 머리를 맞대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예상하지 못했던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며 “전 임원들이 비상 대기하고 있으나 정상적인 경영활동은 올스톱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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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 계열사인 대한생명은 즉각 비상체제로 전환해 ING생명 동남아시아법인 인수 등 대형 신규 투자를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생명은 지난달 ING생명의 홍콩·말레이시아·태국법인 인수를 위한 본입찰에 참여해 AIA생명 등과 경쟁을 벌여왔다. 대한생명 관계자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지금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겠느냐”고 전했다.

대한생명은 보고펀드와 협상 중인 동양생명 인수 건도 연내 재검토하지 않을 방침이다. 다만 오는 10월로 예정된 ‘한화생명’으로의 개명은 진행하기로 했다. 주주총회에서 이미 통과된 데다 10년에 걸친 그룹 숙원이었기 때문이다.

윤정현/조재길/정성택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