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좋은 세율, 나쁜 세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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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활성화해야 서민경제 안정
경쟁국 법인세 인하 눈여겨봐야
이인실 < 서강대 교수·경제학 >
경쟁국 법인세 인하 눈여겨봐야
이인실 < 서강대 교수·경제학 >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몸에 밴 것이 사실인가 아닌가를 실증적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좋다 나쁘다 하는 판단은 실증적 사실을 바탕으로 신중히 해야 한다고 배웠다. 그런데 요즈음은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가려야 하는 일이 더 많아졌다. 경기가 좋은 것이 나쁜 것보다는 낫기에 경기 회복에 더 골몰하게 된다. 세율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것이 법인세율이다. 어떤 법인세율이 좋고 어떤 법인세율은 나쁜지 고민을 안 할 수 없다.
더욱이 지금은 대선을 앞두고 인기영합주의 정책경쟁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시기다. 이 중 단연 인기를 끄는 것이 경제민주화라는 애매한 개념에 편승하는 정책들이다. 정치권은 이미 여야 모두 경제민주화 선명성을 내걸지 않으면 떠나는 기차를 놓치기라도 할 것인 양 필사적으로 뛰고 있다.
경제민주화 실천법안이 무더기로 발의됐다. 매년 논의되는 세제개편에도 경제민주화로 간을 안 맞출 수 없다보니 법인세율을 높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정치권에서 흘러 나오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슈퍼 대기업에 대한 증세와 법인세 최고세율 22~25% 상향 조정을 당론으로 정했다고 한다.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법인세율은 손을 대지 않았지만 대기업의 최저한세율을 올렸다. 최저한세율은 면세혜택을 받더라도 최소한 내야 하는 세율이다. 기획재정부는 장관이 직접 이번 개편 방향이 부자증세가 아니라 공평과세를 확립하기 위한 미세조정이라고 강변하면서도 늘어나는 세부담액의 99.8%가 고소득 대기업에 귀착된다는 친절한 설명을 덧붙인다.
명목세율이 얼마인가보다는 실제로 부담하는 실효세율이 더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처럼 유로존 재정위기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세율은 심각한 시그널이다. 국경없는 무한경쟁시대에 경쟁국보다 높은 법인세율을 유지해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주체인 기업을 밖으로 몰아 낼 수는 없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지난달 미국 기업들의 국내 투자는 늘리고 해외기업들의 미국 진출은 유도하는 방향의 법인세 개편방안을 발표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법인세율 인하경쟁은 오래 전에 시작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법인세율(지방세 포함)은 2000년 30.2%에서 25.37%로 4.83%포인트 하락했다.
경제민주화와 법인세 증세가 아귀가 안 맞는다는 이유는 또 있다. 법인세를 올려 기업들이 세금을 더 내더라도 그 부담이 부자에게보다는 서민에게 더 많이 귀착되기 때문이다. 2009년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에서 조세피난처에 대한 제재조치를 위해 국제공조를 강화하는 선언문이 채택될 정도로 조세피난처는 성행을 이루고 있다. 정부가 조세협정을 체결하고 금융거래정보 교환을 하더라도 역외탈세는 찾아내기가 매우 어렵다. 높은 세율은 탈루 동기만 높이고 지하경제만 살찌울 것이다.
또 세율이 높다고 세금을 더 걷는 것도 아니다. 법인세율은 1995년대 34%에서 2011년 22%까지 꾸준히 하락했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수는 반비례해 1.9%에서 3.6%로 크게 늘었다. 경제규모 대비 기업의 법인세 부담이 OECD 국가 중 네 번째로 높은 국가다.
나쁜 지표를 열거해 불안감을 조성하자는 것이 아니지만 경제지표가 심각한 상황을 예고하고 있다. 마이너스 성장을 예고하고 있는 유럽은 그렇다 하더라도 중국의 수출 부진과 지독한 무더위, 가뭄, 그리고 이어진 폭우로 애그플레이션 등 걱정거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수출, 투자, 소비 등 모든 분야에서 성장동력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정치인이 입만 열면 부르짖는 서민들에게 가장 절박한 것은 경제회복이다. 경제민주화를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대기업에서 낼 수 있는 세금은 더 걷는 것이 맞다. 더욱이 그 돈으로 서민 노약자 등 우리 사회 어려운 계층의 복지를 확충한다는 데 누가 반대하겠는가? OECD 국가들은 국가부채가 GDP 대비 평균 100%를 넘어서자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을 늘리고, 소비세율을 올려 재정적자를 메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런데 왜 법인세를 올려 재정적자를 줄이겠다고 하는 나라가 거의 없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법인세율은 높은 것보다는 낮은 게 좋다.
이인실 < 서강대 교수·경제학 insill723@sogang.ac.kr >
더욱이 지금은 대선을 앞두고 인기영합주의 정책경쟁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시기다. 이 중 단연 인기를 끄는 것이 경제민주화라는 애매한 개념에 편승하는 정책들이다. 정치권은 이미 여야 모두 경제민주화 선명성을 내걸지 않으면 떠나는 기차를 놓치기라도 할 것인 양 필사적으로 뛰고 있다.
경제민주화 실천법안이 무더기로 발의됐다. 매년 논의되는 세제개편에도 경제민주화로 간을 안 맞출 수 없다보니 법인세율을 높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정치권에서 흘러 나오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슈퍼 대기업에 대한 증세와 법인세 최고세율 22~25% 상향 조정을 당론으로 정했다고 한다.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법인세율은 손을 대지 않았지만 대기업의 최저한세율을 올렸다. 최저한세율은 면세혜택을 받더라도 최소한 내야 하는 세율이다. 기획재정부는 장관이 직접 이번 개편 방향이 부자증세가 아니라 공평과세를 확립하기 위한 미세조정이라고 강변하면서도 늘어나는 세부담액의 99.8%가 고소득 대기업에 귀착된다는 친절한 설명을 덧붙인다.
명목세율이 얼마인가보다는 실제로 부담하는 실효세율이 더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처럼 유로존 재정위기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세율은 심각한 시그널이다. 국경없는 무한경쟁시대에 경쟁국보다 높은 법인세율을 유지해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주체인 기업을 밖으로 몰아 낼 수는 없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지난달 미국 기업들의 국내 투자는 늘리고 해외기업들의 미국 진출은 유도하는 방향의 법인세 개편방안을 발표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법인세율 인하경쟁은 오래 전에 시작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법인세율(지방세 포함)은 2000년 30.2%에서 25.37%로 4.83%포인트 하락했다.
경제민주화와 법인세 증세가 아귀가 안 맞는다는 이유는 또 있다. 법인세를 올려 기업들이 세금을 더 내더라도 그 부담이 부자에게보다는 서민에게 더 많이 귀착되기 때문이다. 2009년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에서 조세피난처에 대한 제재조치를 위해 국제공조를 강화하는 선언문이 채택될 정도로 조세피난처는 성행을 이루고 있다. 정부가 조세협정을 체결하고 금융거래정보 교환을 하더라도 역외탈세는 찾아내기가 매우 어렵다. 높은 세율은 탈루 동기만 높이고 지하경제만 살찌울 것이다.
또 세율이 높다고 세금을 더 걷는 것도 아니다. 법인세율은 1995년대 34%에서 2011년 22%까지 꾸준히 하락했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수는 반비례해 1.9%에서 3.6%로 크게 늘었다. 경제규모 대비 기업의 법인세 부담이 OECD 국가 중 네 번째로 높은 국가다.
나쁜 지표를 열거해 불안감을 조성하자는 것이 아니지만 경제지표가 심각한 상황을 예고하고 있다. 마이너스 성장을 예고하고 있는 유럽은 그렇다 하더라도 중국의 수출 부진과 지독한 무더위, 가뭄, 그리고 이어진 폭우로 애그플레이션 등 걱정거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수출, 투자, 소비 등 모든 분야에서 성장동력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정치인이 입만 열면 부르짖는 서민들에게 가장 절박한 것은 경제회복이다. 경제민주화를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대기업에서 낼 수 있는 세금은 더 걷는 것이 맞다. 더욱이 그 돈으로 서민 노약자 등 우리 사회 어려운 계층의 복지를 확충한다는 데 누가 반대하겠는가? OECD 국가들은 국가부채가 GDP 대비 평균 100%를 넘어서자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을 늘리고, 소비세율을 올려 재정적자를 메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런데 왜 법인세를 올려 재정적자를 줄이겠다고 하는 나라가 거의 없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법인세율은 높은 것보다는 낮은 게 좋다.
이인실 < 서강대 교수·경제학 insill723@sog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