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사냥꾼도 대물림되는 걸까? 미국 월가의 대표적인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76)이 자신의 아들 브렛 아이칸(33·사진)에게 30억달러의 운용 자금을 맡겼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브렛은 오랜 동료인 도이체방크 트레이더 출신 데이비드 셰터와 함께 지난 1일부터 이 자금으로 본격 투자를 시작했다. 이들은 시가총액 7억5000만~100억달러 사이의 상장사에 투자할 재량권을 부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브렛은 10년 전 미국 프린스턴대를 졸업한 후 애널리스트로 아버지를 돕기 시작했다. 2010년부터는 3억달러를 배정받아 셰터와 함께 운용해 이를 두 배로 늘릴 정도로 투자에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브렛이 투자한 식품회사 헤인셀레스티얼의 사이먼 어윈 창업자는 “딜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아버지 칼 아이칸과 달리 브렛 아이칸은 투자한 회사의 경영에 열정을 보인다”고 전했다.

브렛과 셰터는 30억달러를 4년간 운영하면서 수익금의 7.5%를 보상으로 받기로 했다. 하지만 칼 아이칸이 아들에게 돈을 맡긴 건 향후 240억달러 규모의 칼 아이칸 펀드를 운용할 능력이 있는지 점검하기 위한 성격이 더 짙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칼 아이칸은 지난해 규제 강화를 이유로 외부 투자금을 투자자들에게 모두 돌려주고 가족 펀드로 운영해왔다.

주요 고객인 연기금이 과거 투자 실적을 중시하면서 칼 아이칸이 1968년 처음 펀드를 설립했을 때에 비해 헤지펀드업계의 진입장벽은 크게 높아졌다. 거물 헤지펀드 매니저 2세의 등장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