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으로 집단대출 연체가 늘면서 주택담보대출 부실채권 비율(고정이하 여신비율)이 6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금융감독원은 6월 말 기준 국내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부실채권 비율이 0.67%를 기록했다고 15일 발표했다. 2006년 6월(0.71%) 이후 최고치다. 이기연 금감원 부원장보는 “전체적으로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크게 늘지 않은 가운데 연체율 증가로 부실채권비율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집단대출 부실이 컸다. 6월 말 기준 집단대출 부실채권 비율은 1.37%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0.52%포인트 급증했다.

집단대출 부실채권이 크게 증가한 이유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상반기 집값이 반짝 반등할 때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이 최근 집값이 떨어지자 건설업체와 소송을 벌이는 사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일부 건설업체들이 미분양 아파트를 낮은 가격에 팔자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분양받은 사람들이 잔금 납부를 미루고 입주를 거부하고 있는 경우도 늘고 있다. 전국에 분쟁 사업장만 94개(중복 포함)에 달하는 것으로 금융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이 같은 여파로 전체 가계여신 부실채권 비율도 0.76%로 2006년 9월(0.81%) 이후 가장 높아졌다. 올해 2분기 은행권의 신규 부실채권은 6조9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조5000억원가량 늘었다. 기업대출에서 5조4000억원, 가계대출에서 1조3000억원 규모의 부실이 생겼다.

다만 은행들이 기업여신 부실을 대거 정리하면서 전체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1.49%로 전 분기 말(1.51%) 대비 0.02%포인트 하락했다. 2분기 중 신규 부실이 증가했지만 금융당국의 지도에 따라 은행들이 대손상각과 매각 등을 통해 2분기 중 7조원가량의 부실채권을 정리한 결과다.

금감원은 올해 은행 부실채권 비율 잠정 목표치를 지난해보다 0.2%포인트 낮은 1.3%로 잡았다. 국내외 경기침체 확산으로 올 하반기 이후 부실이 더 증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부원장보는 “은행들로부터 자체 목표 수준을 제출받고 적정 부실채권 비율을 관리할 방침”이라며 “은행들이 이익 규모와 배당을 줄이더라도 부실을 많이 털어내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중은행별 부실채권비율은 우리은행(1.77%)이 가장 높고 국민은행(1.64%) 외환은행(1.37%) 신한은행(1.31%) 등이 뒤를 이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