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연 4.92% 고정금리로 10년간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던 권경수 씨(30)는 최근 이자를 낼 때마다 기분이 좋지 않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해 변동금리로 대출받는 것이 더 유리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당시 코픽스 연동 대출(변동금리)을 받았다면 다음달부터 연 0.2~0.3%포인트가량의 금리 인하 혜택을 볼 수 있었다. 2억원을 빌렸으니 연 이자 부담이 40만~60만원 정도 줄어든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고정금리 대출의 인기가 한풀 꺾이고 있다. 국민·우리·신한·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신규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금액은 5월 3조204억원, 6월 3조192억원이었다가 지난달에는 2조6211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4대 은행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중에서 고정금리 대출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 기간 55.1%에서 50.8%로 낮아졌다.

시중은행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작년 하반기부터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2010년 말 은행 가계대출 중 대부분은 양도성 예금증서(CD)나 코픽스 연동 변동금리였다. 고정금리는 11%뿐이었다. 작년 말엔 이 비중이 29.8%로 높아졌고 올 들어서는 은행별로 50% 안팎까지 상승했다.

갑자기 고정금리 대출이 늘어난 것은 정부 정책 영향이 컸다. 정부는 작년 6월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을 내놓으면서 2016년까지 전체 은행 대출 중 고정금리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경제위기가 심해져 금리가 급상승하면 변동금리 대출자들이 가계부채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한 조치였다. 은행들은 변동금리보다 낮은 연 4%짜리 고정금리 대출을 출시하는 등 적극 부응했다. 최근에는 주택금융공사와 은행들이 함께 만든 연 4%대 초중반 금리의 적격대출 상품이 주로 팔린다.

그런데 세계 경제 침체로 저금리 현상이 확산되면서 고정금리 대출에 대한 인기가 시들해졌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가 길어지고 국내 경기도 좀체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자 한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지난달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16일 나오는 8월 코픽스 금리에 반영되면 코픽스 연동 변동금리 대출의 최저금리는 연 3.9%대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하반기 중 한두 차례 추가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리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이면 인하폭이 반영되는 변동금리가 유리하다.

하지만 무조건 변동금리를 택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장기적으로 금리가 다시 올라갈 가능성이 있어서다. 위성호 신한은행 부행장은 “10~20년 장기로 돈을 빌릴 경우 변동금리로 금리 상승 위험에 노출되기보다 자신의 소득에 맞는 고정금리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이상은/박신영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