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 어린이 100여명이 모였다. LG그룹이 어린이들의 가장 큰 고민을 해결해준다고 해서다. 그 고민은 키가 너무 작다는 것이다. 또래 아이들보다 10㎝ 이상 작아 부모들의 근심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른바 ‘저신장증’으로 가족 모두가 마음고생을 하고 있었다.

LG가 이들의 ‘키다리 천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저신장증 어린이들에게 성장호르몬제를 1년간 무료로 제공하기로 한 것. 올해에만 109명의 아이들이 이 혜택을 받게 된다. 지난해 대상자로 선정된 39명은 성장 가능성이 높아 특별히 올해까지 2년간 도움을 받는다.

조준호 (주)LG 사장은 “성장이 더딘 어린이의 키를 키워주는 일을 통해 감동과 보람을 느끼고 있다”며 “키와 더불어 꿈과 희망도 함께 키워 나가기 바란다”고 말했다.

◆18년간 700여명 성장 도와

LG의 사회공헌 활동은 ‘기업은 사회를 위한다’는 창업정신이 그 바탕을 이루고 있다. 구인회 LG 창업주는 “돈을 버는 것이 기업의 속성이라고 하지만 물고기가 물을 떠나 살 수 없듯, 기업이 몸 담고 있는 사회의 복리를 먼저 생각하고 나아가서는 나라의 백년대계에 보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LG의 키다리 천사 사업도 이런 창업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일환이다. 1992년부터 18년째 키작은 어린이들의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 또래보다 평균 키가 10㎝ 작거나 연평균 성장 속도가 4㎝ 미만인 저신장증 아이들을 제대로 지원하기 위해 의학계의 도움을 받았다.

1995년 처음 20명에게 LG생명과학이 1992년 국내 최초로 개발한 성장촉진 호르몬인 ‘유트로핀’을 제공했는데 반응이 좋아 대상을 점차 확대했다. 올해까지 700여명에게 63억원 상당의 유트로핀을 지원했다. LG생명과학이 매년 유트로핀 매출의 1% 이상을 LG복지재단에 기부한 덕이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유트로핀 치료를 받은 어린이들은 1년간 평균 8㎝, 많게는 20㎝까지 자랐다. 유트로핀으로 평균 2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LG 관계자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 가능한 사회공헌 모델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고 말했다.

◆25년째 과학 꿈나무 육성 사업

LG는 과학 꿈나무 육성 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25년째 LG사이언스홀을 무료로 개방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국내 기업이 만든 최초의 과학관인 LG사이언스홀은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초등학교 교사 출신인 구 명예회장은 1987년 서울 여의도에 LG트윈타워를 준공하면서 사옥 안에 청소년 과학관을 짓도록 했다.

당시만 해도 국립중앙과학관 등 일부 과학관을 제외하면 과학 시설이 전무했다. 이때 LG트윈타워 서관 3층 전부를 할애해 전시면적 약 1520㎡(460평)에 달하는 전시실을 갖춘 과학관 ‘연암사이언스홀’을 설립했다.

그는 “아이들이 근본이고 미래의 주인공”이라며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과학관을 만들고 아이들이 직접 작동하면서 과학에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전시물을 제작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아이들이 과학관에 와서 절대 돈을 쓰지 않게 하라”고 신신당부했다.

이 뜻에 따라 LG사이언스홀은 25년간 무료 입장 원칙을 지켜왔다. 매년 70억~80억원씩 총 1500억원을 투자해 과학관을 새롭게 꾸몄다. 과학 발전에 따라 전시물을 수시로 교체한 덕에 개관 후 515만명이 다녀갔다. 25년간 하루 평균 700여명이 방문한 셈이다.

◆저소득층 자녀를 과학 영재로 육성

LG는 저소득층 자녀를 과학 꿈나무로 키우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2009년부터 KAIST와 함께 ‘LG-KAIST 사랑의 영어과학 나눔캠프’를 실시하고 있다. 미국 과학영재 교육 프로그램과 KAIST의 과학영재 교육 프로그램을 접목했다.

LG전자는 2005년부터 청소년들에게 과학 강의를 하는 ‘주니어과학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사회보육시설 아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정보기술(IT) 기기를 제공하고 있다. PC와 시청각 학습이 가능한 멀티미디어 환경을 갖춘 IT룸을 만들어주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