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금, 위험자산으로 U턴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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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증시 空매도 줄고…안전자산 獨국채 팔고…우량 회사채도 거품론
유럽 재정위기 우려로 잔뜩 움츠려 있던 글로벌 금융시장에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채권시장에서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사상 최고 수준으로 가격이 치솟았던 국채·회사채 등의 ‘버블론’이 확산되고 있는 반면,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의 투자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는 것.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지만 유럽 중앙은행(ECB)과 미국 중앙은행(Fed)이 조만간 과감한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감에 투자자들의 위험 감수 성향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유럽증시 空매도 줄고 정부·중앙銀 경기부양 기대…유로 50지수 이달만 17% ↑
지금까지 유럽 증시의 발목을 잡아온 건 헤지펀드들의 공매도였다. 앞으로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보고 주식을 빌려 미리 고가에 매도한 뒤 예상대로 주가가 떨어지면 싼 가격에 다시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얻는 방식이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취약국들이 주가가 폭락할 때마다 공매도를 금지해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블룸버그통신은 헤지펀드들이 2009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공매도 포지션을 청산하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공매도했던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쇼트커버링’에 나섰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범유럽지수인 유로스톡스600지수 편입 종목 중 빌린 주식으로 이뤄지는 거래의 비중은 지난 5월 3.4%에서 최근 2.9%로 줄어들었다.
헤지펀드들이 쇼트커버링에 나섰다는 건 더 이상 주가가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뜻이다. 정치인들과 중앙은행들이 위기 해결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와 만나 “유로화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일도 하겠다”고 밝혔다.
드라기 총재와 벤 버냉키 Fed 의장은 최근 강력한 경기부양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유럽의 우량주로 구성된 유로스톡스50지수는 이날 2415.96을 기록, 연중 최저치였던 지난 1일(2068.66)에 비해 16.78% 올랐다.
안전자산 獨국채 팔고 "시장 꼭짓점에 도달했다" 월가 기관들, 손털기 나서
반면 그동안 안전자산으로 인기를 모았던 국채에 대한 투자 열기는 식어가고 있다. ECB가 지난달 금리를 인하한 것을 계기로 독일에 이어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핀란드 덴마크 등의 2년 이하 단기 국채 금리가 차례차례 마이너스권으로 진입했지만 최근에는 “채권시장이 꼭짓점을 찍은 게 아니냐”는 버블론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이런 분위기로 가장 먼저 타격을 받기 시작한 건 독일 국채(분트)다. 독일이 스페인 등 취약국에 대한 구제금융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취약국들을 돕기 위해선 독일이 국채를 추가로 발행해야 하고 결과적으로 분트 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월스트리트의 기관투자가들은 이미 분트를 매각하기 시작했다. 메릴린치 웰스매니지먼트의 요하네스 주스트 수석전략가는 “제로 금리 국채에 투자하는 것에 회의적”이라며 “작년 말부터 포트폴리오에서 분트 비중을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채권시장 큰손인 피델리티, 핌코, BNP파리바 등도 분트 매각에 나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10년 만기 분트 옵션계약에서 ‘팔자’ 주문이 ‘사자’ 주문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국채 금리도 다시 반등세다. 지난 10일 연 1.659%였던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13일 연 1.666%로 올랐다. 지난달 24일, 25일 연 1.4%대 아래로 떨어졌다가 1.6%대로 상승한 것이다. 그만큼 국채값은 떨어진 것이다.
우량 회사채도 거품론 유니레버 3년물 年 0.45%…미국 회사채 사상 최저금리
우량 회사채 투자에 대한 신중론도 제기 되고 있다. 투자자들이 우량 회사채를 국채를 대신할 새로운 안전자산으로 인식하면서 회사채 시장에도 거품이 끼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발행된 반도체회사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의 3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연 0.60%였다. 세계 최대 맥주회사인 AB인베브도 3년 만기 채권을 0.80% 금리에 발행했다. 이달 발행된 생활용품업체 유니레버의 3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연 0.45%로 미국 회사채 사상 최저 금리를 기록했다. 이는 3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13일 연 0.36%)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투자자들이 손실을 감수하고 이들 회사채를 사들인
셈이다.
금리가 떨어지자 기업들은 “이자가 쌀때 돈을 빌려놓자”며 채권 발행에 잇따라 나섰다. 월가에선 지난달 월간 단위 사상 최대 규모인 750억달러의 투자등급 회사채가 발행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회사채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는 건 시간문제이며 지금 회사채를 사들인 투자자들은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인덱스펀드 창시자인 존 보글 전 뱅가드그룹 회장은 “앞으로 10년간 채권시장은 끔찍할 것(terrible)”이라며 “장기 투자자라면 주식을 보유해야 다른 어떤 대체 자산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유럽증시 空매도 줄고 정부·중앙銀 경기부양 기대…유로 50지수 이달만 17% ↑
지금까지 유럽 증시의 발목을 잡아온 건 헤지펀드들의 공매도였다. 앞으로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보고 주식을 빌려 미리 고가에 매도한 뒤 예상대로 주가가 떨어지면 싼 가격에 다시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얻는 방식이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취약국들이 주가가 폭락할 때마다 공매도를 금지해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블룸버그통신은 헤지펀드들이 2009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공매도 포지션을 청산하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공매도했던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쇼트커버링’에 나섰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범유럽지수인 유로스톡스600지수 편입 종목 중 빌린 주식으로 이뤄지는 거래의 비중은 지난 5월 3.4%에서 최근 2.9%로 줄어들었다.
헤지펀드들이 쇼트커버링에 나섰다는 건 더 이상 주가가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뜻이다. 정치인들과 중앙은행들이 위기 해결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와 만나 “유로화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일도 하겠다”고 밝혔다.
드라기 총재와 벤 버냉키 Fed 의장은 최근 강력한 경기부양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유럽의 우량주로 구성된 유로스톡스50지수는 이날 2415.96을 기록, 연중 최저치였던 지난 1일(2068.66)에 비해 16.78% 올랐다.
안전자산 獨국채 팔고 "시장 꼭짓점에 도달했다" 월가 기관들, 손털기 나서
반면 그동안 안전자산으로 인기를 모았던 국채에 대한 투자 열기는 식어가고 있다. ECB가 지난달 금리를 인하한 것을 계기로 독일에 이어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핀란드 덴마크 등의 2년 이하 단기 국채 금리가 차례차례 마이너스권으로 진입했지만 최근에는 “채권시장이 꼭짓점을 찍은 게 아니냐”는 버블론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이런 분위기로 가장 먼저 타격을 받기 시작한 건 독일 국채(분트)다. 독일이 스페인 등 취약국에 대한 구제금융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취약국들을 돕기 위해선 독일이 국채를 추가로 발행해야 하고 결과적으로 분트 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월스트리트의 기관투자가들은 이미 분트를 매각하기 시작했다. 메릴린치 웰스매니지먼트의 요하네스 주스트 수석전략가는 “제로 금리 국채에 투자하는 것에 회의적”이라며 “작년 말부터 포트폴리오에서 분트 비중을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채권시장 큰손인 피델리티, 핌코, BNP파리바 등도 분트 매각에 나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10년 만기 분트 옵션계약에서 ‘팔자’ 주문이 ‘사자’ 주문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국채 금리도 다시 반등세다. 지난 10일 연 1.659%였던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13일 연 1.666%로 올랐다. 지난달 24일, 25일 연 1.4%대 아래로 떨어졌다가 1.6%대로 상승한 것이다. 그만큼 국채값은 떨어진 것이다.
우량 회사채도 거품론 유니레버 3년물 年 0.45%…미국 회사채 사상 최저금리
우량 회사채 투자에 대한 신중론도 제기 되고 있다. 투자자들이 우량 회사채를 국채를 대신할 새로운 안전자산으로 인식하면서 회사채 시장에도 거품이 끼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발행된 반도체회사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의 3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연 0.60%였다. 세계 최대 맥주회사인 AB인베브도 3년 만기 채권을 0.80% 금리에 발행했다. 이달 발행된 생활용품업체 유니레버의 3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연 0.45%로 미국 회사채 사상 최저 금리를 기록했다. 이는 3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13일 연 0.36%)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투자자들이 손실을 감수하고 이들 회사채를 사들인
셈이다.
금리가 떨어지자 기업들은 “이자가 쌀때 돈을 빌려놓자”며 채권 발행에 잇따라 나섰다. 월가에선 지난달 월간 단위 사상 최대 규모인 750억달러의 투자등급 회사채가 발행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회사채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는 건 시간문제이며 지금 회사채를 사들인 투자자들은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인덱스펀드 창시자인 존 보글 전 뱅가드그룹 회장은 “앞으로 10년간 채권시장은 끔찍할 것(terrible)”이라며 “장기 투자자라면 주식을 보유해야 다른 어떤 대체 자산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