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1호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인 대우증권스팩이 합병을 성사시키지 못해 사실상 청산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대우증권스팩은 이달 말께 상장폐지 수순을 밟을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1호' 스팩이라는 상징성이 있어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기업의 인수·합병(M&A)를 위해 만들어진 스팩은 일반공모 납입일 기준으로 3년 내에 합병에 성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에 들어가게 된다.

특히 합병에 소요되는 시간을 감안해 납입일 이후 2년 6개월까지 합병상장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한 달 후에는 정리매매 등을 거쳐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대우증권스팩의 경우 청구서 제출 시한 오는 24일까지로 거래일 기준 7일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M&A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어, 대우증권스팩이 기간 내에 합병에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시장관계자들의 의견이다.

대우증권스팩 관계자도 "데드라인(예심청구서 제출시한)까지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인수합병 대상기업들이 스팩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아 협상에 어려움이 있었고, 현재 시장 분위기가 침체돼 있어 기업들이 원하는 밸류에이션(가치대비 평가)과 시장 평가와의 간극이 컸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우증권스팩의 경우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돼 있고 공모자금의 규모도 크기 때문에 더욱 인수 기업 물색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팩합병은 피합병기업의 자산이 스팩 예치금의 80% 이상이어야 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큰 규모의 스팩들은 인수 후보군 자체가 적고 피합병기업들이 재무건전성 등에서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 기업에 준하는 요건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M&A하기 더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대우증권스팩과 비슷한 시기에 상장된 스팩들도 내달까지 합병상장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해야 해 데드라인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미래에셋스팩1호의 시한은 오는 9월 7일이며, 동양밸류스팩은 9월 21일이다.

이들 스팩들이 합병에 성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주주들은 예치금 배분에 따라 공모가 정도의 가격은 보장받게 된다. 다만 이보다 높은 시장가격에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들의 손실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한 스팩 관계자는 "시장이 위축돼 있는 데다 합병 후 상장에 성공한 스팩주들을 보더라도 합병 성공 후 주가 흐름이 좋지 않아서 스팩에 대한 기대감이 거의 사라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