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재단이 대선이 예정된 12월19일까지 정상적인 기부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3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사진)의 사재 출연으로 만들어진 공익재단 ‘안철수재단’의 기부활동에 대해 사실상 ‘불가’ 판정을 내렸다.

◆안 원장 행보 일단 제동

선관위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안철수재단의 명칭에 대선 입후보 예정자의 이름이 포함돼 있다”며 “재단의 이름으로 금품을 제공하는 행위는 공직선거법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다만 “천재지변 시 구호기관에 금품을 제공하는 등의 구호·자선 행위는 무방하다”고 덧붙였다.

공직선거법 제112조 2항2호에 따르면 선거일 4년 이전부터 정기적으로 기부행위를 한 경우만 선거법상 기부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 안철수재단의 설립 자체는 선거법에 위반되지 않는다.

다만 안철수재단이 명칭을 바꾸면 정상적으로 기부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안철수재단이 정상적인 활동을 하려면 재단 이름을 바꾸고 안 원장이 재단 운영에 참여하지 않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선관위의 해석에 대해 안 원장 측은 과도한 판단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안 원장의 공보담당인 유민영 전 청와대 춘추관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안철수재단의 사업내용을 기부사업으로 가정해 놓고 내린 판단”이라며 “아직 안 원장이 대선 입후보를 하지도 않은 상황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안 원장은 재단 업무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안 원장의 정치행보와 재단은 별개”라고 강조했다.

여야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린다. 홍일표 새누리당 대변인은 “안 원장이 아예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사회공헌 활동을 마음껏 하든가, 그게 아니고 대선에 나올 것이라면 선거법에 저촉되는 일을 스스로 자제해야 한다”며 선관위의 판단을 옹호했다.

안 원장과의 야권후보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있는 민주통합당은 선관위의 정치적 의도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정성호 대변인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명확히 구분해 줘야지 이런 식으로 하면 선거법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는 것”이라면서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등 많은 모임을 제지하지 않으면서 공익재단을 만드는 것조차 금지하는 것은 선관위의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안철수 ‘제3의 길’

런던올림픽 기간 동안 영화 ‘두개의 문’을 관람한 것 이외에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은 안 원장의 대선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는 최근 물밑에서 각계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일단 오피니언 리더를 중심으로 하는 지지그룹을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안 원장 쪽이 조직을 만들고 있는 움직임이 전혀 없다”며 “지역의 조직력에 기반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대선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안 원장이 그동안 기존 정치권과 선을 그으며 새로운 정치실험을 해온 만큼 독자적인 ‘제3의 길’을 선택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정치권은 조직력과 정당보조금이라는 현실적인 이유로 안 원장이 야권단일화 이후 민주당에 입당하거나 신당을 만들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의 무소속 출마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안 원장 측은 2001년 벤처 최고경영자들과 재벌 2·3세와 함께 만든 브이소사이어티에 부인 명의로 지분을 투자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 “안 원장이 안철수연구소 주식 매입으로 더 이상 개인 대출을 받을 수 없어 부인 자금으로 투자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