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어는 신비의 물고기다. 고대부터 여러 과학자와 철학자들이 장어의 부화와 성장, 죽음의 비밀을 캐기 위해 애썼지만 아직 산란처조차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장어를 아무리 조사해도 생식기관이 발견되지 않자 진흙 속에 있는 지렁이가 돌연변이한 동물이라고 우겼다. 자연과학자 플리니우스는 장어의 피부가 벗겨지면서 탄생하는 특이생물이라고 주장했다. 정작 장어의 생식기관이 체내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사람은 생물학자 출신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였다.

지금도 한국 일본을 비롯한 각국 학자들은 장어의 산란처와 부화 방식 등을 찾기 위해 헤맨다. 하지만 그저 필리핀 북부의 깊은 해구에서 산란할 것이라는 추측만 할 뿐이다. 장어는 그곳까지 가서 알을 부화하고 1년쯤 지난 새끼장어가 다시 세계 각국의 강과 호수를 향해 여행한다. 여행길은 2000~3000㎞ 정도나 된다. 장어가 산란하러 바다로 갈 때나 바다에서 부화해 민물로 올 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그만큼 스태미너가 강하다. 바다장어와 갯장어는 민물장어에 비해 스태미너가 부족해 바닷가나 갯가에 머문다는 추론도 있다.

장어는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음식의 하나다. 여름을 나는 음식으로는 최고로 친다. 한국의 복날 보신탕이나 삼계탕을 먹는 것처럼 장어 먹는 날이 있을 정도다. 도쿄식 요리를 뜻하는 ‘에도마에’도 장어에서 유래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수도를 도쿄로 옮긴 뒤 에도만(현 도쿄만) 간척사업을 벌였는데 장어가 하도 많이 잡혀 밤마다 장어구이판을 펼쳤다는 속설이 있다. 지금도 일본 전통 초밥집은 장어 육수를 우려내는 비법을 대대손손 전한다. 육수의 맛이 초밥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장어는 아직 양식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부화의 비밀을 밝혀내지 못해서다. 현재 양식은 길이 5~10㎝ 정도의 실뱀장어일 때 잡아 사료를 먹여 키우는 정도에 그친다. 이렇다보니 치어와 유어까지 마구 잡아들이는 불법이 극성이다. 장어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장어가 귀해지자 미국정부가 멸종우려가 있는 야생동식물 거래를 규제하는 워싱턴 조약의 대상으로 추가하기로 했다. 유럽도 2013년부터 유럽산 실뱀장어의 국가 간 거래를 막는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장어가격이 폭등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2009년 마리당 500원하던 실뱀장어의 가격이 최고 7000원 선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연 7~10t가량 잡히던 실뱀장어가 지난해엔 겨우 1.5t밖에 잡히지 않은 탓이다. 이대로 가다간 우리도 일본처럼 아프리카에서 공수해올 때가 머지않은 것 같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