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일본 내 한국공관이 일본 우익단체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도쿄 신주쿠(新宿)구에 있는 주일 한국대사관은 지난 주말 내내 우익단체의 반한(反韓) 시위로 몸살을 앓았다. 100여명의 시위대가 몰려와 확성기를 통해 구호를 외치는 등 소란을 피웠다. 오사카 나고야 등 일본 8개 대도시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반한 시위가 벌어졌다.

지난 11일 새벽에는 일본인 남성이 히로시마 한국총영사관 앞을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다가 출입문을 향해 벽돌을 던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출입구 유리문이 벽돌에 맞아 깨지긴 했지만 별다른 인명 피해는 없었다.

일본 언론들은 “이 남성이 경찰에 자진 출두해 우익단체 구성원임을 자처했다”고 보도했다. 사건을 저지른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한국 대통령이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명칭)에 상륙한 것에 화가 났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스쿠니 신사참배에 반대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 대만 시민단체가 공동 개최한 행사에도 일본 우익단체의 방해가 이어졌다. 행사를 주최한 시민단체인 ‘야스쿠니 반대 공동 행동’ 관계자는 “11일 도쿄 도시마(豊島) 공회당에서 집회와 심포지엄을 연 뒤 촛불 행진을 위해 거리로 나서자마자 일본 우익단체 사람들이 대열에 뛰어들거나 생수를 뿌리는 등 거세게 항의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외교통상부는 일본 경찰에게 9개 한국 공관에 대한 경비 강화를 요청했다. 또 일본 체류 국민들에 대한 안전조치에 만전을 기하도록 공관에 지시했다. 우리 군 당국은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때 ‘해맞이’라는 작전명으로 육·해·공군 입체경호를 한 데 이어 내달 초에는 군과 해양경찰이 참여하는 독도 방어 훈련을 독도 근해에서 실시할 예정이다.

도쿄=안재석 특파원/조수영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