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성장의 해법은 (세금을 적게 거둬) 국민들이 벌어들인 소득을 최대한 많이 갖도록 해주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부 주도 경제는 실패작이다.”

11일 오후 5시(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차로 1시간가량 걸리는 버지니아주 매너서스시의 야외광장 해리스 파빌리온. 이날 오전 미트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65)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7선의 폴 라이언 연방 하원의원(42·위스콘신주)이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성토하자 지지자들이 “USA, USA”를 외치며 열광했다. 그가 “오바마는 이제 떠나야 할 때”라고 하자 “와~” 하는 함성과 함께 성조기가 물결쳤다.

라이언 의원은 “미국의 경제 회복 속도가 최근 70년 동안 최악이다. 롬니는 베인캐피털을 경영하면서 일자리를 만들었고 기업을 일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롬니는 “지난 3년 반 동안 유가는 두 배나 올랐고 8%를 웃도는 실업률이 42개월째 지속되고 있다”며 “미국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페어팩스카운티에서 온 마이크 크레이그(49)는 “2008년엔 오바마를 찍었지만 이번엔 경제를 잘 아는 롬니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롬니가 라이언을 러닝메이트로 지명한 것은 지금까지 보인 가장 용감한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일종의 ‘도박’이라는 평가다.

라이언은 롬니와 마찬가지로 군 복무 경력이 없다. 외교 분야 경력이 없는 데다 노인을 위한 메디케어 축소도 주장해왔다. 부동층의 반감을 살 수 있는 대목이다. 1932년 이후 미국 대선에서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 모두 군 복무 경험이 없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WP는 “롬니가 이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라이언을 선택한 것은 보수층의 지지를 확실히 이끌어내 근소한 차이로 뒤지고 있는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승부수”라고 분석했다. 라이언은 세금 인하, 예산 삭감, 메디케어(65세 이상 노인층 의료보험) 전면 개혁 등 공화당의 예산·세제정책을 입안한 핵심 경제 브레인이다. 따라서 그동안 ‘일자리’에 초점이 맞춰졌던 대선 이슈에 예산 문제가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라이언은 1970년 위스콘신주 제인스빌에서 태어났다. 오하이오주 마이애미대를 졸업한 후 공화당에서 정치수업을 받다가 1998년 28세 나이에 위스콘신주에서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다. 지난해부터 하원 예산위원장을 맡고 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사고로 숨진 뒤 햄버거 가게에서 일하면서 사회보장연금으로 생계를 유지한 ‘서민 출신’이다. 그는 롬니의 첫째 아들과 나이가 같아 ‘롬니의 여섯 번째 아들’이란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매너서스(미국)=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