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10일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행(行) 사실이 일본 언론에 유출된 것을 놓고 경위 파악에 나섰다.

청와대가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계획에 대한 '엠바고(일정시점까지 보도금지)'를 춘추관 출입기자들에게 요청한 것은 전날 오후 3시께. 이 대통령의 독도행이 최종 결정된 시점도 "어제 독도 방문 엠바고 브리핑 직전에 결정됐다"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한 엠바고 요청이 있은 뒤 이날 저녁부터 주한 일본대사관 측과 서울 주재 일본 특파원들이 관계부처에 '이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다는 게 사실이냐'는 문의 전화가 쇄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10일 새벽 일본의 지지통신이 첫 보도를 한 이후 일본 조간신문에 '이 대통령의 독도행'이 대서특필됐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구체적인 경위를 파악해야 하나 국내 언론 서비스 차원에서 엠바고를 요청하고 미리 설명했던 것"이라며 "유출 가능성을 감수하면서 엠바고를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언론이 이 대통령의 독도행을 보도한 배경은 국내 언론사나 정부 내부에서 유출됐거나 일본 정부가 낌새를 파악하고 일본 언론에 흘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뉘앙스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독도행을 극비리에 진행해왔다. 여당인 새누리당에도 함구한 채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당초 내부에선 이 대통령이 전속 카메라 기자만 대동한 채 독도를 다녀온 뒤 이를 언론에 공개하자는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비밀리에 독도를 방문할 경우 "우리나라 대통령이 우리 땅에 가는데 무엇이 무서워 비밀리에 갔느냐"는 비판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국내 언론에 사전 '귀띔'한 것이다.

특히 청와대는 일본 언론이 '한국 정부가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사실을 (사전에) 일본 정부에 통보했다'고 보도한 데 대해 "우리나라 대통령이 우리 영토에 가는데 말도 안된다"며 격앙된 반응까지 보였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철저히 조사해서 밝혀보겠다"며 보도 배경에 의구심을 지우지 않았다.

정부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독도행 사실을 파악한 일본 정부가 이를 일본 언론에 일부러 흘린 게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다.

한경닷컴 뉴스팀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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