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회에서 반(反) 기업 정서는 고대의 반 부자 정서에 뿌리를 두고 있다. 고대의 반 부자 정서는 평등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이자를 금기시하는 교회의 가르침이 컸다.

마태복음에는 성전 앞에서 장사하는 행위나 돈놀이로 부자가 된 사람에 대한 증오가 표현돼 있다. 구약성경 레위기 25장에는 ‘토지는 다 내 것임이라’는 구절이 있다. 토지는 하느님 소유이므로 독점권이나 이용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얘기다.

오늘날 기업윤리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둘러싼 논의는 세상과 사회의 눈을 의식해 기업이 비난받을 행동을 자제하고 부응하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기업은 과거 메디치 가문이 선행을 한 것처럼 자선 사업을 해야 하고 선량한 ‘기업시민’으로서 사회공헌활동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윤추구가 정당성을 인정받는다. 기업 경쟁의 글로벌화는 기업윤리의 글로벌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야기 경영학》은 경영학의 중요한 개념들을 우리가 처한 사회적 현실에 입각해 설명한다. 고대, 중세, 르네상스 시대의 경영활동을 비롯해 투기의 역사, 애덤 스미스와 보이지 않는 손, 산업혁명 등에 관해 명쾌하게 짚어준다. 포드, 카네기, 밴더빌트, 록펠러, 로스차일드 등 경영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자동차왕’ 헨리 포드는 1900년대 초 생산공정의 조립라인에 혁신을 이뤘다. 작업자가 공정별로 이동하는 게 아니라 작업 대상인 자동차가 이동하는 컨베이어벨트를 도입한 것. 생산성이 기하급수적으로 뛴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1930년대 포드는 도산위기에 몰렸다. 성공 신화에 사로잡힌 포드가 거대한 조직을 직접 통제하고 관리하려다보니 소비자들의 요구는 뒷전이었다. 소득 수준이 증가하면서 다양한 모델을 원하는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반면 후발주자였던 제너럴모터스(GM)는 시장을 세분화해 다양한 색상과 모양의 모델을 내놔 포드를 제쳤다.

포드와 GM의 흥망성쇠는 특정한 시대에 성공한 조직이라 해도 그 성공이 권위가 되는 순간, 조직의 경직화를 초래한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경영이란 이처럼 시대의 변화, 즉 시장 동향과 고객의 기호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현대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는 “경영자란 자신의 지식과 판단으로, 자신의 또는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개인의 삶을 영위하는 데도 반드시 인생경영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는 기업가이자 경영자임을 저자는 상기시킨다. 드러커 전문가였던 고(故) 이재규 대구대 총장의 유고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