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가 이달 말까지 강도 높은 투쟁을 하겠다고 결의했지만 전체 하투(夏鬪) 열기는 당초 우려와 달리 진정돼 가는 모습이다. 최근 만도기계, SJM 등지에서 사용자가 직장 폐쇄를 하면서 충돌이 빚어졌지만 전체 산업계 하투의 강도를 높이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금속노조 강경투쟁 않을 듯

현대차지부는 8일 2시간 부분파업을 시작으로 17일까지 총 5회의 부분파업을 예고했다. 지난달 두 차례 부분파업을 한 데 이어 이번 3차 파업으로 동력을 모아 오는 28~31일 민주노총 총파업에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기아차지부, 한국GM지부 등 다른 완성차업체 노조도 지난달부터 간간이 부분파업을 해오면서 민주노총 총파업에 참여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금속노조의 요구사안은 △심야노동 철폐 △원하청 불공정거래 근절 △비정규직 철폐 △노동기본권 쟁취 등으로 단위사업장에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많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금속노조가 강도 높은 투쟁을 하기보다는 임금인상 등으로 실리를 챙기는 선에서 적당히 마무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지금까지 정치파업이 별다른 효과가 없어 조심하고 있는 게 보인다”며 “부분적 파업으로 현안을 유리하게 만드는 선에서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물연대 건설노조 등 다른 민주노총 사업장의 하투는 일찌감치 끝났거나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어 하반기 변수도 많지 않다. 최근 금속노조 사업장인 만도와 SJM에서 직장폐쇄 문제가 현안으로 떠올랐지만 이 문제가 파업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적다. 이성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속노조가 만도와 SJM 문제로 파업 일정을 늘려잡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불씨가 남은 곳도 있다. 지난 6월 하루 파업을 했던 택시노조는 오는 10월께 한시파업을 한 차례 더 할 예정이다.

◆현장 노조원, 명분보다 실리 챙겨

전문가들은 과거에 비해 온건해진 노조 성향이 전체적으로 올해도 이어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노조원들이 실리를 중시하게 되면서 임금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전면파업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마무리된 화물연대 건설노조 금융노조 파업은 모두 이 때문에 조기에 마무리되거나 무산됐다. 노동계 최대 현안인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와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폐지도 파업보다는 국회를 통해 해결하려고 하는 모습이다.

노조가 파업에 돌입해도 사측이 발빠르게 대응해 이를 무력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금속노조 만도지부가 대표적인 사례다. 만도는 노조가 전면파업에 돌입하자 당일 직장폐쇄해 금속노조에서 탈퇴한 조합원만 사업장 안으로 들여보내고 있다. 직장폐쇄 뒤 만들어진 복수노조가 조합원의 85%를 모아 만도지부는 과반수 노조 지위도 잃은 상황이다.

◆“대화로 타협하는 문화 자리잡을 것”

올해의 노사관계 안정화 기조는 수년 전부터 이어져온 양상이다. 한국의 근로손실일수는 2000년 189만4000일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떨어져 지난해에는 42만9000일을 기록했다. 분규 건수도 2004년 462건을 기록한 뒤 내리막을 타 지난해 65건이 나왔다. 근로손실일수, 분규 건수 둘 다 이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96년 이후 최저치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는 근로손실일수와 분규 건수가 모두 떨어지는 추세”라며 “한국도 파업보다는 양보교섭 쪽으로 많이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보교섭은 임금을 양보하는 대신 고용을 보장받는 식의 교섭방식을 말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사협의회는 파업권 없이 대화만 하는 조직인데 한국도 미국처럼 이 협의회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