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세진 교수의 경제학 톡] (2) 스포츠와 게임이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 교수 sejinmin@dongguk.edu
올림픽도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지난주에는 배드민턴 여자복식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을 포함, 네 팀이나 실격을 당해 논란이 일었다. 예선은 리그 방식으로, 본선은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해당 팀들이 본선에서 강팀이나 자국 팀과 붙는 것을 피하기 위해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일부러 지려는 경기를 했다는 것이 실격 이유였다.
경제학에 웬 올림픽 이야기냐고? 경기 방식이 주어진 환경에서 메달 획득을 위해 경쟁하는 팀들이 선택한 행동들에서 게임이론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사실 게임이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위의 상황은 납득이 간다. 메달을 따는 것이 목적이라면 최대한 강팀을 피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은 지는 편이 나으니 상대보다 덜 열심히 경기하는 것이 최선이었다는 것이다. 올림픽 정신이니 스포츠맨십이니 하는 것을 잠시 제쳐 둔다면 말이다.
그러나 게임이론을 조금 이해하면 더 많은 문제들에 폭넓게 적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게임상황은 상대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나에게 떨어질 결과가 다를 때, 또한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상대가 맞을 결과가 다를 때이다(꼭 게임을 둘이 할 필요는 없다). 게임이론은 게임 상황에서 각자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연구한다. 위의 예에서는 상대가 어떻게 나오든 그보다는 덜 열심히 하면 되기 때문에 선택 결과를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즉, ‘둘 다 불성실하게 경기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서로 바꿀 이유가 없는 선택의 결과를 게임의 ‘균형’이라고 부른다.
만약 상대의 전략에 따라 내 대응도 달라야 한다면 게임은 더 흥미로울 것이다. 필자가 어렸을 때 동생과 가위바위보를 하면 거의 매번 졌다. 다른 사람과 할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말이다. 한참 후에 다 커서 동생이 밝히 비결은 어이없는 것이었다.
“누나는 항상 가위부터 내.”
대부분 사람들에게 가위바위보 게임의 균형 전략은 3분의 1씩 섞어 낸다는 것이다. 상대가 골고루 낸다면 나도 골고루 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서로 골고루 내는 것이 균형이 되는 것이다.
수학자 존 내쉬(1928~ )는 다양한 게임 상황에 적용되는 균형의 개념을 제시하고 그 존재를 밝힌 공로로 1994년 노벨경제학상을 공동수상했다. 게임이론에서 중요한 개념인 ‘내쉬 균형’의 바로 그 내쉬이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영화 ‘글레디에이터’로 유명해진 러셀 크로우가 2001년 영화 ‘뷰티풀 마인드’에서 연기한 인물이 존 내쉬였다. 내쉬균형의 핵심은 게임 참가자 모두가 그 균형에서 벗어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상대방들이 균형전략을 쓰고 있는 한, 나도 그렇게 하는 것이 최선이기 때문에.
이번 실격 사태로 태만한 경기를 선택했을 때 선수들에게 돌아올 결과에 큰 변수가 생겼다. 이 변수가 올림픽 정신에 부합하는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 낼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교수 sejinmin@dongguk.edu >
경제학에 웬 올림픽 이야기냐고? 경기 방식이 주어진 환경에서 메달 획득을 위해 경쟁하는 팀들이 선택한 행동들에서 게임이론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사실 게임이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위의 상황은 납득이 간다. 메달을 따는 것이 목적이라면 최대한 강팀을 피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은 지는 편이 나으니 상대보다 덜 열심히 경기하는 것이 최선이었다는 것이다. 올림픽 정신이니 스포츠맨십이니 하는 것을 잠시 제쳐 둔다면 말이다.
그러나 게임이론을 조금 이해하면 더 많은 문제들에 폭넓게 적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게임상황은 상대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나에게 떨어질 결과가 다를 때, 또한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상대가 맞을 결과가 다를 때이다(꼭 게임을 둘이 할 필요는 없다). 게임이론은 게임 상황에서 각자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연구한다. 위의 예에서는 상대가 어떻게 나오든 그보다는 덜 열심히 하면 되기 때문에 선택 결과를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즉, ‘둘 다 불성실하게 경기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서로 바꿀 이유가 없는 선택의 결과를 게임의 ‘균형’이라고 부른다.
만약 상대의 전략에 따라 내 대응도 달라야 한다면 게임은 더 흥미로울 것이다. 필자가 어렸을 때 동생과 가위바위보를 하면 거의 매번 졌다. 다른 사람과 할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말이다. 한참 후에 다 커서 동생이 밝히 비결은 어이없는 것이었다.
“누나는 항상 가위부터 내.”
대부분 사람들에게 가위바위보 게임의 균형 전략은 3분의 1씩 섞어 낸다는 것이다. 상대가 골고루 낸다면 나도 골고루 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서로 골고루 내는 것이 균형이 되는 것이다.
수학자 존 내쉬(1928~ )는 다양한 게임 상황에 적용되는 균형의 개념을 제시하고 그 존재를 밝힌 공로로 1994년 노벨경제학상을 공동수상했다. 게임이론에서 중요한 개념인 ‘내쉬 균형’의 바로 그 내쉬이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영화 ‘글레디에이터’로 유명해진 러셀 크로우가 2001년 영화 ‘뷰티풀 마인드’에서 연기한 인물이 존 내쉬였다. 내쉬균형의 핵심은 게임 참가자 모두가 그 균형에서 벗어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상대방들이 균형전략을 쓰고 있는 한, 나도 그렇게 하는 것이 최선이기 때문에.
이번 실격 사태로 태만한 경기를 선택했을 때 선수들에게 돌아올 결과에 큰 변수가 생겼다. 이 변수가 올림픽 정신에 부합하는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 낼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교수 sejinmin@dongguk.ed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