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찬 로케트전기 사장(57)은 요즘 열대야 때문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그렇지만 무더위가 싫지만은 않다. 무더위 탓에 전력난 우려가 높아지면서 신사업인 ‘에너지 저장장치(ESS·Energy Storage System)’ 제조 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어서다. 김 사장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기업들에서 ESS 제품 견적 의뢰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전력난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중소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유가 상승에다 전기료 인상, 무더위로 인한 전력 소모 급증 등 전력 사정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를 아낄 수 있는 아이템으로 시장에서 호응을 받는 ‘꾀돌이’ 기업들이다.

로케트전기가 만드는 ESS는 과잉 생산된 전력을 저장, 필요한 시간대에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에너지 저장장치. 로케트전기 제품은 전력을 공급하면서도 충전이 가능하고, 정전이 발생해도 전력 끊김 없이 바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완전히 충전하면 소비전력 460W 용량 650ℓ 냉장고는 7시간, 220W 노트북은 14시간, 50인치 LCD(액정표시장치) TV는 13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로케트전기는 최근 일본 대형 유통사와 40억원 규모의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일본에 먼저 수출하는 것은 일본 정부가 ESS에서 전력난 돌파구를 찾으면서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김 사장은 “일본 정부가 1000만~1500만원인 제품에 33~50%의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산업용은 물론 가정용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내년까지 2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욕실용품 전문업체인 로얄앤컴퍼니(사장 박종욱)는 자가 발전으로 배터리를 바꿔 끼울 필요가 없는 자동수전(수도꼭지)를 만들어 히트하고 있는 케이스다. 자동수전은 손을 갖다대면 이를 감지하고 자동으로 물이 나왔다가 손을 떼면 멈춘다. 자동수전은 편리하고 물을 절약할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전기료가 발생하는 데다 전기배전 공사를 따로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로얄앤컴퍼니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한 ‘자가 발전 자동수전(모델명 RLE710A)’을 출시했다. 이 제품에는 물 흐름을 전기에너지로 변환시켜 주는 수력용 발전기가 내장돼 있다. 물을 사용하면 자동으로 전기가 발생해 배터리가 재충전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고객들은 전기공사를 하거나 건전지를 바꿔줄 필요가 없다. 특히 3V(건전지 2개)만으로 6V의 전기를 사용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승압회로 방식’을 적용해 절전 효과가 뛰어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하정훈 로얄앤컴퍼니 마케팅팀 이사는 “최근 전기료 인상과 연이은 폭염으로 절전형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가 발전 자동수전을 찾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며 “앞으로 이 같은 제품을 더욱 많이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티앤에스모터스(사장 이상구)는 한 달 전기료가 1000~2000원에 불과한 전기자전거 ‘모야2’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 제품은 전륜 허브모터와 1.9㎏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 3~4시간만 충전하면 시속 25㎞로 최대 30㎞까지 이동할 수 있다. 휘발유 1ℓ 가격으로 한 달 동안 최대 900㎞를 주행할 수 있는 셈이다. 휴대하기도 간편하다. 알루미늄과 크롬을 합친 합금 프레임으로 차체를 만들어 총 무게를 일반 자전거 무게와 같은 16㎏으로 줄였다. 특히 3초 만에 접고 펼 수 있는 접이식으로 만들어져 지하철이나 버스에도 휴대할 수 있다.

이상구 사장은 “기름값이 떨어질 줄 모르는 데다 최근 전기료도 인상되면서 전기자전거 신제품인 ‘모야2’를 찾는 주문이 상반기보다 크게 늘고 있다”며 “올해 초 세웠던 매출 목표인 10억원은 거뜬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김병근/김희경/은정진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