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드라 누이 펩시코 회장 방한 "이재용 사장과 '멋진 것' 만들기로 했다"
“펩시코가 한국에서 더 빠른 성장을 이뤄내기 위한 아이디어를 찾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삼성전자, 롯데마트, 롯데리아, 전통시장 등을 돌아봤어요.”

서울의 폭염이 절정에 달했던 지난 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난 인드라 누이 펩시코 회장(57·사진)은 “사우나에 온 것처럼 더웠지만 이번 출장의 주된 목적이 한국이었기에 관심있게 둘러봤다”며 이렇게 말했다.

아시아 주요국을 방문하기 위해 한국을 처음으로 찾은 누이 회장은 “이번에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을 만나 펩시코와 삼성이 파트너가 되어 ‘멋진 것’을 만들어내기 위한 아이디어를 나눴다”고 밝혔다. 그는 “삼성의 디자인과 혁신 역량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어왔다”며 “양사가 업종은 다르지만 각자 분야에서 확실한 족적을 남긴 기업인 만큼 서로 배울 점이 참 많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계 30만명에 달하는 임직원들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 삼성의 기술을 활용하는 등의 협력 기회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36년째 한국시장의 판매 대행 파트너인 롯데그룹에 대한 신뢰도 나타냈다. 롯데칠성은 2010년 필리핀펩시 지분 34.4%를 매입, 펩시코와 협력을 강화했다.

누이 회장은 “롯데는 아시아 진출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제과 기술력에선 오히려 우리가 배울 점이 많다”며 “여러모로 잘 맞는 면이 많아 다른 아시아 국가로의 진출 가능성을 계속 타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누이 회장은 코카콜라컴퍼니에 밀려 ‘만년 2위’였던 펩시코의 체질을 확 바꾼 경영인이다. 탄산음료 위주였던 사업구조에서 건강식 부문을 강화하는 과정을 진두지휘, 2004년 코카콜라 매출을 추월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핵심사업인 펩시콜라와 신성장동력인 건강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 것인지 궁금했다. 누이 회장은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할 때 ‘건강한 제품’과 ‘재미있는(탄산음료) 제품’ 중 하나만 선택한다고 보지 않는다”며 “제품을 최대한 다각화하는 ‘더 모어 더 베터(많을수록 좋다)’를 추구하되 영양 측면에서 보다 건강하게 개선하는 전략을 쓸 것”이라고 답했다.

작년 11월 롯데칠성의 펩시콜라 가격인상 철회 건과 관련해 그는 “대부분 국가에선 그렇게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다”며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소비자”라고 말했다.

시종일관 차분한 표정으로 답하던 누이 회장의 얼굴은 둘째 딸(19) 얘기에서 확 밝아졌다. “제 딸이 K팝 광팬이어서 이번 방한 때 ‘무조건 함께 가겠다’며 따라왔어요. 어젯밤 K팝 콘서트를 보여주고 샤이니(SM소속 아이돌그룹)를 만나게 해줬더니 ‘엄마 최고’라며 기뻐했어요.” 누이 회장은 “딸을 통해 K팝이 세계를 아우르는 영향력을 갖게 됐다는 점을 직접 몸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7일 필리핀으로 출국했으며, 미얀마·인도를 둘러본 뒤 미국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펩시코는 펩시콜라 게토레이 트로피카나 치토스 도리토스 등 24개 브랜드를 180여개국에 판매하는 세계 2위 식음료업체다. 작년 매출은 665억달러(약 75조원)였다.

인드라 누이 회장은…

1955년 인도 첸나이에서 태어나 마드리스크리스천칼리지를 거쳐 미국 예일대 민간·공공부문 경영관리 석사학위를 받았다. 존슨앤드존슨 보스턴컨설팅그룹 모토로라 등을 거쳐 1994년 펩시코에 합류했다. 글로벌 차원의 구조조정을 주도하며 2006년 최고경영자(CEO)에 이어 2007년 회장에 올랐다. 포천이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에서 5년 연속(2006~2010년) 1위 기록을 갖고 있다. 올초에는 세계은행 신임 총재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